주요소장품
정정엽
지워지다-싹
‘지워지다’ 연작은 정정엽의 <붉은 드로잉>작업과 결을 같이 한다. 작가는 붉은 잉크를 사용하여 지워지고 익명화된 존재를 캔버스에 옮긴다. 경기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지워지다’ 시리즈 <심장>, <두더지>, <싹>은 푸른 바탕색 위에 붉은 색채로 그려진 물질들이다. 작가는 작업에서 세 가지 물질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기법 대신 그 물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지워지다-심장>은 생명의 원동력인 심장 안에 바람으로 움직이는 듯한 나무 같은 심줄을 표현했다. <지워지다-두더지>에 그려진 두더지는 흙 속에 사는 동물이다. 작가는 세밀한 털의 질감 표현과 붉은색 둥근 형상을 함께 배치하며 따뜻한 햇볕을 쬐는 두더지를 표현했다. 이것은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두더지의 삶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워지다-싹>은 감자에 새로 돋은 싹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동물 혹은 세포와 같은 인상을 준다. ‘지워지다’ 연작은 현대사회에서 미처 인지하지 못한 존재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