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박원주
펴기_192110(부제: 한 남자의 초상 1921)
박원주의 ‘펴기’ 연작은 ‘굽은 것을 곧게 하다’라는 사전적 의미와는 다른 시각적 과정으로서의 ‘펴기’를 보여준다. 두 작품은 각기 다른 모양의 액자 안에 혼합재료로 만들어진 평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평면은 무작위적 깨짐으로 표현되었다. 불규칙한 균열로 인해 평면은 입체적인 조각의 효과를 낸다. 작가가 작품으로 보여주는 펴기 과정은 ‘곧음’의 결과를 ‘모호함’으로 대체한다.
‘펴기’ 동작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형태를 제안하는 작품의 모호함은 작품의 부제 여성·남성의 정체성을 은유하고 있다. 이것은 생물학적 정체성으로서 담보되는 보편성보다는 한 여자· 한 남자로 대변되는 개인의 특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작가의 의도로 읽혀질 수 있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의 기념비적인 삶을 기록한 듯한 숫자는 여성, 남성의 성차에서 시작되는 논의들을 지연시키고, 개인의 삶의 가치를 다름의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며, 관람객에게 ‘삶을 펴볼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