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홍승혜
온 앤 오프
홍승혜(1959-)는 주로 디지털 이미지의 최소단위인 ‘픽셀(pixel)’의 구축을 통해 공간에 대한 내용적, 형식적 실험을 지속해왔다. 작가는 국제갤러리 개인전 《유기적 기하학》(1997)을 시작으로 컴퓨터 픽셀의 구축을 기반으로 한 실재 공간의 운영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후기하학적인 도형들과 쓰인 텍스트를 분해하고, 이를 다시 입체로 발전시켜 3차원으로 재현하는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그의 작업 속에서 픽셀은 천문학적인 비율로 확대되거나, 가구와 조각 등의 기성품으로 병합되거나 합치된다. 픽셀은 2, 3차원을 쉽게 넘나들고, 전시장의 흰 벽과 바닥의 경계를 소거한다. 증식과 변주를 거듭하는 이 픽셀들은 ‘그리드’로 대변되는 기하학적 추상의 미학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것이 디지털 매체 환경의 상징임을 보여준다. 즉, 홍승혜의 픽셀과 그리드는 끈끈하게 얽힌 한 쌍으로 작동한다.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미술학교에서 공부한 홍승혜는 1986년 파리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토탈미술상(1997), 이중섭미술상(2007)을 수상하였으며 꾸준히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 미술계에 입지를 굳혀왔다.
〈온 앤 오프〉(2010)는 미술관 야외 공간을 색다른 형태로 틀지어 조망할 수 있도록 만든 사방이 뚫려있는 집 모양의 작품이다. 디지털 픽셀의 기본 조형 단위인 사각의 ‘그리드’를 활용한 이 작품은 기존의 평면 작품을 3차원의 입체로 구체화하며 주변의 풍광마저도 작품에 끌어들이는 등 새로운 조형적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작품 제목 '온 앤 오프(On & Off)‘는 ’on & off the grid', 즉 격자 구조의 안과 밖을 뜻한다. ‘유기적 기하학’이라는 이름으로 수평과 수직의 그리드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는 평면을 떠나 3차원의 실재 공간 속에서 그리드 체계를 벗어난 구조물을 제작한 것이다. 이러한 상태는 격자라는 형태가 제공하는 안정감만큼이나 미묘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관람객은 평면처럼 보이기도 하고 입체처럼 보이기도 하는 기하학적 구조물을 바라보며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느낌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또한 너무나 익숙하고 흔한 사각형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