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정보원
투명함 09
정보원(1947-)은 자신만의 건축적인 공간 개념을 담고 있는 작품을 해왔는데 이러한 점은 다른 조각가들과 구분되는 특징으로 인정받아 온 작가이다. 정보원이 공간에 어떤 구체적인 형태를 실현하는 것은 건축가나 음악가와 같은 방법에 비유되고 있으며 실제로 평론가들은 그를 조각가이자 건축가, 음악가이기도 하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정보원은 공공미술뿐만 아니라 회화, 조각, 설치, 건축, 음악 등을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예술가로 예술의 장르에서 나아가 인류의 모든 관계를 조형적 언어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학부과 대학원에서 조소를 공부한 작가는 1973년 프랑스로 이주하여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다시 조각을 공부했다. 이후 전공을 변경하여 파리6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며 건축을 실용주의를 넘어선 총체예술 개념으로 주목하게 된다. 건축을 공부하면서 볼륨에서 시작하는 조각과는 다르게 빈 공간 자체를 조각적 대상으로 삼게 된다. 석주미술상(1999)을 수상한 정보원은 88 서울 올림픽 성화 도착 기념(1988), 서울 파이낸스센터(1998), LG 아트센터(1999), 여의도 산업은행(2001) 등의 건축적 규모의 공공 조형물을 제작하였고 다양한 전시에서 작품을 선보여 왔다.
〈투명함 09〉(2009)은 기존의 전통적 조각 기법을 넘어서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이 작품은 조각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곡선으로 이루어진 여러 개의 틀이 부분적으로 뚫려 있으며 작품에 앉을 수 있는 벤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조각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이 둘러싸여 있는 공간 나아가 환경을 함께 느끼며 감상할 수 있다. 공공조각의 조형적 의미를 잘 살리고 있으며 공공조각이 갖추어야 하는 인간과 환경에 관한 공공적인 사유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공공조각이 단지 환경을 점유하거나 인간을 위한 ‘자원성’을 배제할 때 그것은 공공성을 상실한다. 정보원의 조각은 육중한 덩어리에 치중하거나 조각 자체에 힘을 싣는 것이 아니라 조각이 들어서는 공간을 더 포용함으로써 공공조각의 공공성을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개방적인 구조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건축적인 요소를 작품에 자연스럽게 도입한 정보원만의 특징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조형적으로도 유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