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박상숙
삶 19. 94523402509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창작 활동을 하는 박상숙(1951-)은 인간과 공간 및 환경 속의 인간이라는 일관된 주제에 대해 탐구하면서도 재료, 형태, 구조와 같은 형식적 요소들의 변화를 시도해왔다. 198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였으며 1995년 프랑스로 이주하면서 작업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등장했던 ‘인간’의 형상은 사라지고 부수적으로 등장했던 ‘건축적 구조물’이 주소재가 된다. 초기에는 인간의 실존을 고민하며 주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의 인간을 보여주는 추상적 인체상이 주를 이루었다면, 도불 이후에는 인간이 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이자 삶의 시간이 축적되는 집을 주제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박상숙은 이화여자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조소를 공부하였고 김세중청년조각상(1990), 석주미술상(1991), 토탈미술관(1992) 관장상을 수상하며 예술적 역량을 일찍부터 인정받았으며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다.
건축적 요소와 환경적 요인들을 모티브로 다룬 작가의 작품 경향을 보여주는 〈삶 19. 94523402509〉(2009)는 집 터, 주거지와 같이 삶의 흔적에 대한 아련한 옛 추억, 옛 풍경을 떠오르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한국의 독특한 건축양식인 전통가옥의 난방구조 ‘구들’의 내부 구조를 모티브로 한 것이다. 방바닥 아래에 설치된 구들장을 덥혀 복사열에 의해 방을 데우는 구들을 형상화하여 공간 속에 사는 인간의 삶을 은유하고 있다. 어머니의 품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 작품은 따뜻하고 아련했던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삶의 희로애락을 파고든다. 미로처럼 구획된 공간은 관람객들이 그 위에 앉아 쉬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자 작품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호기심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