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서정국
대나무
대나무 이미지를 변주한 작품으로 잘 알려진 서정국(1958-)은 ‘자연’을 소재로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는 드로잉과 평면 회화, 사진 콜라주와 비디오 영상, 그리고 도자기판을 이용한 저부조 작업과 공간 조형 작업에 이르는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그의 작품들은 서로 다른 기법을 사용해 시각적으로 이질적이지만 ‘자연’이라는 동일한 주제로 연결된다. 주로 스테인리스 스틸을 변용하여 대나무 같은 동양적인 대상을 재현해온 작가는 서양적 소재와 동양적 명상 세계를 조화롭게 결합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의 작품에는 공사장 콘크리트 구조물 밖으로 나온 철근이나 철사가 시멘트 구조물로 된 화분에 심어져 난초로 태어나는가 하면 구부러진 철사가 이름 없는 풀꽃의 삶을 부여받는다. 서정국은 홍익대학교 서양화와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조소를 공부하였으며 서울시립미술관(2003)(2004), 경기도미술관(2007), 국립현대미술관(2007), 《부산비엔날레 조각 프로젝트》(2008) 등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대나무〉(2007)는 작가가 차가운 금속에 온기를 불어넣어 식물의 생명력을 가진 금속의 대나무를 탄생시켰다. 어린 시절 고향인 밀양 주변에서 대나무 숲을 보며 자란 작가는 대나무 사이를 지날 때 나는 바람 소리와 잎들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를 기억하고 그 느낌을 살려 작품을 제작했다. 스테인리스 스틸 봉을 여러 토막으로 자른 뒤 일정한 간격으로 잇대고 용접하여 대나무 모양을 만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수직 조형물 가운데 하나를 가볍게 건드리면 미세한 음의 파동이 서서히 전체에 퍼져나가는데, 이런 점이 명상을 유도하는 악기를 떠올리게 한다. 죽은 사물의 세계에 생명을 부여하고자 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현대문명을 상징하는 금속을 자연의 소재로 재현하여 제시하는 치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