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성동훈
내가 돈키호테인가?
성동훈(1967-)은 구상조각의 소재로 잘 쓰이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는 차별성으로 국내외에 알려지고 주목받았다. 작가는 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고철의 파편, 기계의 부속품, 폐기 처분된 물건과 같이 그 자체로 하찮은 물건들을 재료로 삼아 작품을 만들어 새로운 생명을 부여해왔다. 이러한 생명 창조적인 작가 의식을 통하여 현대사회에 드러나는 인간의 치부를 해학적으로 꼬집는다. 그는 서로 이질적인 재료들을 조합한 실험적인 작품과 ‘유목민적 사유(Nomadism)’로 국제적인 흐름 안에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였다. 작가는 종종 작품을 열리게 제작하고 그 안에 상징적인 오브제들을 배치하는데, 이 열고 닫는 움직임은 작업의 형태와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활동 초기인 1990년대에 세상에 맞서 돌진하는 ‘돈키호테’를 주제로 젊은 패기를 보여주었던 그는 2000년대 이후에는 ‘빛과 소리’라는 입체적인 요소들을 도입하여 더욱 감각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는 조각과 설치를 넘나들며 상업주의, 소비지상주의, 도시의 퇴락과 같은 자본주의적 병폐를 꼬집는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성동훈은 중앙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할 무렵, 한국구상조각대전(1990), 경인미술대전(1990)에서 대상을 차지하면서 일찍부터 주목을 받으며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돈키호테’를 주제로 한 연작 중 하나인 〈내가 돈키호테인가?〉(1997)는 철, 시멘트, 브론즈의 조화를 이루며 제작된 육중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작품이다. 성동훈은 물성과 재료에 예민한 작가로 그가 다루는 재료들은 서로 대비가 강하다. 이 작품에서도 단단한 속성인 철, 브론즈와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물성을 지닌 시멘트를 사용했다. 단단한 것은 용맹함과 강인함, 의지, 결심을 부드러운 것은 허황됨, 상상, 덧없음 등을 대변한다. 작가는 용맹과 우둔, 지략과 몽매, 강인함과 나약함 등 내면의 모순을 가진 인간으로서 돈키호테를 상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몸통은 이미 기능을 상실한 기계의 부속품들로 이루어져 있는 불구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외양의 자세는 의기양양한 기사의 형상을 한 돈키호테를 통해 자아와 타자(세계) 간의 단절을 풍자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우스꽝스럽지만 박진감 넘치는 성동훈의 ‘돈키호테’ 연작은 자본주의의 병폐 속을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인간상에 대한 풍자와 연민을 해학적이면서도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는 대표적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