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조동환, 조해준
미군과 아버지
조해준(1972–)은 초기에는 오브제와 평면 이미지를 이용하여 자본주의 사회를 대표하는 로고와 상징을 개인적인 방식으로 차용하고 조작하는 작업을 하였다. 2002년부터 화가 지망생이었던 아버지 조동환(1935–)과 협업하였다. 아버지가 물려준 도록에 대한 궁금증으로 서신을 주고받게 되었는데 이는 공동 작업의 시초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조해준은 아버지의 개인사와 가족사를 아버지가 직접 글과 그림이 섞인 드로잉으로 제작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후, 함께 공동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으며 이 공동 작업과 드로잉은 조해준의 작업을 미술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조해준은 아버지와 아들의 삶뿐만 아니라 일가친척의 가족사, 민주화 활동가, 동유럽 출신 독일 이주민, 북한 유학생, 아랍 출신 성직자 등의 내적 서사를 역사의 거푸집으로 수용, 확장하며 동시대의 새로운 언표를 지속해서 만들고 있다. 국내외 유수의 전시 공간, 미술관, 비엔날레, 대형 국제 기획전 등에 비(非)미술가 조동환의 작품들이 전시되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으로 전환되었다. 조해준은 오랫동안 소외되었던 ‘읽는 그림’과 ‘스토리텔링’을 과감하게 복귀시키면서 과거와 현재의 연결, 이야기와 개념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조해준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뉘른베르크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석사를 취득한 뒤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그래픽을 공부하였다.
〈미군과 아버지〉(2005)는 22장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 드로잉으로 만화책처럼 구성되었다. 조해준은 아버지 조동환에게 들은 미군과의 경험을 드로잉으로 완성하였다. 아버지가 열한 살이 되던 1945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처음 본 미군부터 1959년 미군 부대에서 카투사로 복무하며 겪은 이야기까지, 아버지가 보고, 듣고, 경험했던 미군의 기억을 시각화한 것이다. 작가는 그 과정에서 아버지의 경험이 일제강점기와 해방, 분단, 6·25 전쟁, 반공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한국 근현대사의 특수한 조건과 맞물려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역사로 기록되지 못한 평범한 개인으로서 아버지의 이야기는 당시 사회에서 잊힌 개인의 시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 공동 작업에는 아버지가 과거 기억을 꺼내며 보인 주저함과 방어적 태도, 그리고 잊혔던 기억의 주름이 펴지듯 드러나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개인의 이야기, 개인의 기억으로 재구성되는 또 다른 역사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