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정서영
정오에서 자정까지
정서영(1964–)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평범한 사물의 물리적 조건을 비틀어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환기한다. 작가는 나무,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 가공된 산업 재료를 조각적 매체로 활용하여 사물과 언어 사이의 정형화된 관계를 해체한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재료를 배치하는 행위를 넘어, 고정된 물질이 주변 환경이나 관찰자의 시선과 반응하며 동적인 에너지로 전환되는 '조각적 순간'을 포착하는 과정이다. 정서영은 서울대학교와 슈투트가르트 미술대학에서 수학하였다. 2003년 김세중 청년조각상을 수상하였고, 2007년 아뜰리에 에르메스, 2010년 LIG 아트홀, 2022년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베니스비엔날레(2003)와 광주비엔날레(2002, 2008) 등 주요 국제 전시에 꾸준히 참여하며, 사물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는 독자적인 조형 인식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정오에서 자정까지〉(2007)는 레몬색 알루미늄 용기에 모래가 반쯤 담긴 작품으로, 알루미늄의 견고함과 모래의 유동성이 공존하며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제목이 지시하는 정오와 자정의 교차점은 용기 안에 담긴 모래의 정적인 상태를 통해 감각적으로 구체화된다. 흐르는 속성을 지닌 모래가 고요히 담겨 있는 순간, 견고한 금속이 구불구불한 유동적 형태로 존재하는 순간—인공물과 자연물이 맺는 이 긴밀한 균형은 정오와 자정이라는 시간성을 하나의 장면으로 응축하려는 작가의 조형적 의지를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