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교육프로젝트 전시프로그램 《몸 짓 말》 2021. 04. 07
2021 교육프로젝트 전시프로그램 《몸 짓 말》
몸 짓 말 CORPUS GESTUS VOX | |
전시기간 | 2021.03.11.(목) – 2021.06.27.(일) (총 94일) |
전시장소 | 경기도미술관 2층 전시실 |
전시부문 | 영상, 설치, 회화 등 퍼포먼스 작품 |
참여작가 | 김구림, 김범, 노경애, 박민희, 박준범, 서현석, 성능경 안규철, 이건용, 이재이, 장지아, 홍명섭 |
아카이브 룸 참여작가 | 장성은 |
큐레이터 | 최혜경(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
아카이브 룸 공동기획 | 김정현(미술비평가) |
□ 경기도미술관 (관장:안미희)은 3월 11일(목)부터 6월 27일(일)까지 2021 경기도미술관 교육프로젝트 전시프로그램《몸 짓 말》을 개막한다. 이 전시는 경기도미술관이 매해 소장품을 기반으로 기획하는 교육전시로 올해의 주제는‘퍼포먼스 아트’이다.
□ 지난 3월 11일에 개막한 《몸 짓 말》은 1970년대 한국 퍼포먼스 아트의 초기 작품과 자료, 2000년대 비디오퍼포먼스, 그리고 동시대 다학제적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퍼포먼스의 다양한 개념과 결과물을 12명의 작가 작품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3월 30일에 공개되는 전시 속 전시 《라이브-죽느냐-사느냐》는 《몸 짓 말》출품 작품을 중심으로 한국 현대미술 퍼포먼스를 연구하여 작품 이외의 것을 소개하는 아카이브 전시이다. ‘퍼포먼스의 이름들, 퍼포먼스의 소장, 퍼포먼스 사진의 세 가지 방법, 원본과 복제(이미지 벽)’ 등 총 네 개의 파트로 구성하였다.
□ 경기도미술관 교육전시는 공간을 새롭게 제안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그동안 전시 주제를 공간에 반영하여 관람객들이 매번 새로운 공간을 탐색해 보도록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퍼포먼스 아트의 특징인 ‘움직임’을 공간에 반영하여 관람객들이 끊임없이 두리번거리고 움직여서 스스로 동선을 만들어 가도록 제안한다. 미로처럼 펼쳐지는 공간의 중심에는 광장도 존재한다. 다양한 퍼포먼스 아트 자료들을 살펴볼 수 있는 광장은 전시기간 중이나 전시종료 후에 퍼포먼스 아트의 무대로 사용될 예정이다.
□ 코로나 19 감염병 예방을 위해 예약제로 진행되는 가운데 전시 관람을 보다 편하고 여유롭게, 깊이 있게 관람할 수 있도록 《몸 짓 말》은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선보인다. VR앱을 통해 관람객은 온라인상에서 전시 도슨팅을 실시간으로 듣거나 전시를 둘러 볼 수 있다. 전시 공간 이미지를 통해 전시를 전체적으로 조감할 수 있고, 개별 작품들의 설명과 동영상, 작품 이미지를 손 안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전시 도슨팅 VR앱은 4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 《몸 짓 말》은 전시 기간 역사적 퍼포먼스 아트의 재연, 대상 맞춤형 도슨팅 프로그램, 실시간(ZOOM)그림책 읽기 프로그램, 온라인 활동지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대면교육 프로그램은 코로나 19 감염병 방역 수칙에 따라 운영될 예정이며 향후 홈페이지를 통해 개별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다.
1.전시개요
ㅇ전 시 명 : 2021 경기도미술관 교육프로젝트 전시프로그램 《몸 짓 말》
ㅇ전시기간 : 2021년 3월 11일(목) ~ 06월 27일(일)
ㅇ전시장소 : 경기도미술관 2층 전시실 (안산시 단원구 동산로 268 화랑유원지내)
ㅇ관람시간 : 오전 10시 – 오후 6시 (종료시간 1시간 전 입장마감) 매주 월요일 휴관
ㅇ관 람 료 : 무료
ㅇ관람문의 : 031-481-7000 / gmoma.ggcf.kr
ㅇ온라인예약 : 031-481-7000 / members.ggcf.kr
ㅇ전시작품 : 영상, 설치, 회화 등 퍼포먼스 작품 103점, 관련 자료 71점 등
ㅇ참여작가 : 김구림, 김범, 노경애, 박민희, 박준범. 서현석, 성능경, 안규철, 이건용, 이재이, 장지아, 홍명섭 (아카이브 전시 : 장성은)
ㅇ큐레이터: 최혜경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ㅇ주최 : 경기문화재단
ㅇ주관 : 경기도미술관
ㅇ협찬 : 삼화페인트공업(주)
ㅇ퍼포먼스 일정
순번 | 퍼포먼스명 | 작가 | 일시, 장소 | 내 용 |
1 | 달팽이 걸음 | 이건용 | 2020.03.31.(수) 15:00 미술관 전시실 |
이건용 작가의 대표 이벤트인 ‘달팽이 걸음’ 재연 퍼포먼스 |
2 | 퍼포먼스 페스티벌 | 이건용 성능경 박준범 |
2020.05.05.(수) 미술관 여기, 저기 |
이건용, 성능경, 박준범 작가가 어린이, 가족과 함께 하는 관객 참여 프로그램 |
3 | 도(道) | 김구림 | 2020.05.19.(수) (시간 추후 공지) 미술관 전시실 |
김구림 작가의 <도(道)>(1970) 재연 퍼포먼스 및 관객 참여 프로그램 |
4 | 신문 읽기 | 성능경 | 2020.06.26.(토) 14:00 미술관 전시실 |
성능경 작가의 <신문읽기>(1976)를 작가와 여러 퍼포머들이 함께 실행하는 변주 퍼포먼스 |
2. 전시구성
몸 짓 말
현대미술에서 퍼포먼스 아트는 행위의 시간적 과정을 중시하는 예술장르로 예술가의 행위로 창작되는 결과물(회화작품, 조각 작품 등)을 남기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고, 작가 또는 행위자의 육체적 행동이나 행위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에 집중하는 장르이다. 퍼포먼스 아트 즉 행위 예술에서 ‘행위’는 순 우리말로 ‘몸짓-말’이다. 국어사전에서 ‘몸짓-말’의 뜻풀이는 다음과 같다. ‘음성 언어나 문자 언어에 의하지 않고 몸짓이나 손짓, 표정 등 신체적 동작으로 의사나 감정을 표현 ‧ 전달하는 행위’라고 적혀 있다. 몸은 우리의 신체, 짓은 동작(움직임), 말은 표현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일상에서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다양한 표정과 동작으로 표현한다. 그러한 행위를 예술 활동 ‧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몸을 매체로 하여 표현하는 퍼포먼스 아트에서의 장면들은 우리들에게 가장 일상적인 행위이면서 낯선 행위일 수 있다.
경기도미술관은 2019년부터 국내 미술관 중에서는 최초로 퍼포먼스 아트의 ‘개념’을 작품으로 수집하여 소장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예술가들이 그들의 ‘몸’을 도구로 하여 ‘짓’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표현과 생각을 수집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집의 결과물과 더불어 2000년대 비디오로 기록된 작가들의 퍼포먼스, 동시대 작가들이 다양한 분야와 결합해 선보인 행위들을 살펴보고, 관람객은 직접 참여해 볼 수 있게 했다.
이처럼 스스로 감상자에서 행위자가 되는 경험을 통해 관람객들은 일상적 행위가 특별한 순간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3. 주요 작품 설명
김구림 (b.1936)
<도(道)>(1970)는 경복궁(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의 빈 전시실에서 작가가 직접 실행한 작품이다. 당시의 기록사진을 보면 구름을 상징하는 흰 천과 자연을 상징하는 통나무로 좌대를 만들고 작가가 그 위에 올라앉아 세상만사를 초월한 듯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겨 있다. 통나무의 둥근 원은 하늘과 우주를, 흰 천이 만들어내는 사각은 땅을 상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두 가지의 상징을 통해 음양사상을 표현하고 있다. 서로 다른 것이 함께 있어 대립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안이 있으면 밖이 있고, 겉이 있으면 속이 있듯이 서로 대립하는 형상이지만 항상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이 작품이 초연되던 1970년은 유신정권 시대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어지러웠던 당시의 정치적, 시대적 상황에 대한 작가 자신의 마음을 상징을 빌어 표현하고 있다.
김 범(b.1963)
<“노란 비명” 그리기>(2012)는 교육방송에서 보던 ‘밥 아저씨의 그림 따라 그리기’ 프로그램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다. 영상 속 퍼포머는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차분하게 설명해 준다. 호흡의 조절을 통해 몸의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고, 움직임과 감정이 호흡을 통해 만난다고 이야기하면서 화면과 붓질 사이에 비명을 끼워 넣으며 그림을 그린다.
슬픔과 고통을 더해가는 비명에서부터 기쁨과 희망을 더해가는 비명까지 다양한 비명이 몸의 움직임(붓질)에 따라 캔버스 위 노란색 흔적을 남긴다. 화면 속 강사는 자신의 행위로 나타난 흔적들에 대해 다양한 비명들이 조화를 이루며 합창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 합창은 다채로운 노란색으로 구성된 그림이 되었다. 무형의 감정이 시각화된 것이다.
이미지가 가진 허구성과 사회적으로 교육된 개념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작가는 감상자들에게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안하고 있다.
노경애 (b.1971)
작가는 안무가이다. 독특한 작업 방법론과 꼼꼼한 리서치로 확실한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통해 사람들이 가진 고정관념과 개념을 흔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
<줄자-/정류장>(2015)은 사람들의 행동을 기본개념으로 사물의 형태, 사회 속에 존재하는 기호, 공간의 구조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작품이다. 특히 일상 속 신체의 움직임을 추상적인 움직임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제시된 하나의 행동이 두 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다른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것이 중요한 핵심이다. 혹은 다른 행동과 상황이 두 명에게서 비슷한 움직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5년 초연 당시 영상과 함께 일상사물, 무보(舞譜)가 함께 설치된다. 전시실 내 설치된 지시어와 선을 따라 몸을 움직여 볼 수 있게 하여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완성된다.
박민희(b.1983)
가곡은 중요무형문화재 제 30호이고, 유네스코 인류구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우리의 중요한 유산이다. 그런데 그 가곡이 실격되었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가곡실격: 방5↻>(2013-2014)는 박민희 작가가 가곡을 주제로 작업한 세 번째 작품으로 관객이 소리와 오롯이 독대하는 퍼포먼스이다. 관객은 5개의 방을 차례로 돌면서 5명의 가곡공연을 듣게 된다. 마주하기도 하고 같은 방향을 보기도 하면서 소리를 듣는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전통음악의 시효만료’에 대해 고민하면서 ‘전통음악을 숭배하는 듯한 태도가 싫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가곡을 박제해버리는 것처럼 격을 버리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한 생각이 가곡실격 작업으로 표현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곡실격: 방5↻>(2013∼2014)는 사운드 작품<가곡실격: 방5↻(사운드)>(2013-2014)으로 설치되었다. 관람객은 긴 터널을 천천히 걸으며 두 퍼포머의 소리를 맞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박준범(b.1976)
비디오 장르의 독창적인 형식을 구사해 온 박준범 작가는 대상을 향해 직각으로 카메라를 사용하여 화면을 구성한다. 이렇게 구성된 화면은 정면성과 평면성이 강조된다. 전지전능한 시점으로 내려다보는 카메라의 시선이 독특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부감이 아닌 매우 정교한 카메라의 각도 설정과 더불어 반복적인 퍼포먼스가 특징이다. 화면 속에서는 조건과 미션을 가지고 한바탕 게임이 벌어진다. 퍼포머들은 게임의 미션을 완수하기 위하여 서로 상의하고, 몸을 움직여 문제를 해결한다. 끝끝내 지시받은 미션을 수행한 퍼포머들은 미션이 완수되는 순간 기쁨을 함께 나눈다. 카메라는 그저 그 광경을 묵묵히 바라본다. 퍼포머들 간의 소통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면서, <8개의 언어>(2015) 속 퍼포머들은 각자 다른 8개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언어로 소통이 불가능한 퍼포머들은 몸짓을 통한 소통을 선택하였다. 언어가 사라진 소통에서 몸은 보편적인 공통의 언어가 될 수 있다.
서현석(b.1965)
세운상가는 건축가 김수근이 ‘서울이라는 바다에 뜬 배처럼 꾸밀 것’이라고 설계한 주상복합 상가 건물군을 통칭하는 이름으로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이다. 세운상가는 1967년부터 1972년까지 차례로 건립된 현대, 청계, 대림, 삼풍, 풍전(호텔), 신성, 진양상가의 통칭이다. 이곳에서 작가는 2010년 〈헤테르토피아〉라는 퍼포먼스를 연출하였다. 이는 참여자들이 30~50분간 망각된 유토피아의 공간을 걸으며 사멸된 장소에 대한 기억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작가는 〈헤테르토피아〉는 단순한 걷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하였다. 그리고 걷는 행위를 “역사로부터 소외된 신체를 다시 장소에 개입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시간은 흘러가고 흘러간 시간 속 장소에 나는 항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장소에 나는 존재한다. 흘러간 시간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을 걷는다는 것은 그 흔적을 나의 몸이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전시실에서 상영되는 <잃어버린 항해>(2011-2018)는 작가가 세운상가를 기록하기 위해 만든 영상이다. 전시실에서 영상을 감상하면서 관람객은 〈헤테르토피아〉의 참여자가 된다.
성능경(b.1944)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작가로서 그의 행적과 작업을 살펴보면, 꾸준히 성실히 그리고 날카롭게 하기질을 이어가고 있다. 그것은 시대에 따라서는 권력에 대한 저항, 신체 회복의 표현, 일상에 대한 주목이기도 하면서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신문:1974.6.1.이후>(1974)는 사회 참여적인 개념미술로 유신시대 신문이 가지는 상징성을 바탕으로 사회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이후 <신문읽기>(1976) 퍼포먼스로 다시 부활하여 유신정권하에서 작가의 사회적 역할과 용기를 보여준 귀중한 작품이다. 당시에 신문은 검열의 대상이었고, 공공공간과 공공의 언어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졌다. 이러한 신문의 재편집과, 재편성은 그 신문의 편집자가 가지는 권력을 전도시킨다는 데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안규철(b.1955)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읽기>(2016)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기획되었던 경기도미술관의 기획 전시에 선보였던 관객참여로 완성되는 작품이다. 당시 섣부른 위안이나 성급한 치유보다 슬픔을 견디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작가는 아이들을 위한 읽기를 제안하였다. 작가는 우리가 잠자리에서 아이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듯이 이제 여기에 없는 아이들을 위해 시를 읽어주는 행위를 통해 그 목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슬픔과 고통의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전시실에는 2개의 방이 마련되어 있다. 관람객들은 하나의 방에서는 시를 낭독할 수 있고, 다른 하나의 방에서는 시를 낭독하는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누군가가 자신의 목소리로 읽어주어야만, 다른 방에 있는 이들이 시를 들을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도 같은 모습이라 생각된다.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있고, 그 위로를 용기 내어 건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건용(b.1942)
“행위미술은 공연하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 여기 있는 사람과 개념과 상황을 같이 공감하고 쓰는 것이다.”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에게 있어 만들기 위해서 펼쳐지는 화면과 신체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이벤트’는 항상 주목의 대상이고 ‘어떻게’ 실행되는가는 중요한 과제이다. 이러한 탐구를 통해 작가 특유의 ‘로지컬 이벤트’가 탄생하였다.
1976년부터 시작된 ‘신체드로잉’은 구체적 행위로 세계를 그리기보다는 자신의 몸을 도구로 사용하여 캔버스에 몸이 움직인 흔적을 남긴다. 캔버스에 기대 앞을 보고서서 팔을 뻗어 몸을 그린다던가, 캔버스의 뒤에서 손을 앞으로 넘겨 선을 그린다던가 하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실행한다. 흔적이 남는 화면을 흔적이 만들어지는 동안은 마주보지 않는다. 이것은 오로지 행위하는 몸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그린다는 행위에서 시각적 사유를 제거하고 몸이라는 도구가 남긴 흔적만으로 채워진 화면을 우리에게 다시 눈으로 사유하게 하는 작가의 행위이다.
이재이(b.1973)
‘백조’(2007)는 작가가 진행했던 목욕탕시리즈 작품 중 하나로 대중목욕탕의 타일벽화 앞에서 진행된 퍼포먼스이다. 백조가 그려진 타일벽화는 탕의 배경이고, 그 앞에서 작가는 유유히 탕을 오가고 있다. 영상 속 작가는 마치 벽화 속 백조가 된 듯 머리에는 백조 모양의 수건을 쓰고 있다.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매주 찾던 대중목욕탕에서 누구나 한번은 해 보았음직한 행동이다. 2000년대 초반 찜질방과 함께 한창 유행하던 동물 뿔 모양으로 수건을 만들어 머리에 쓰던 모습도 떠오른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 광경이 마치 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은 익숙한 일상 속 모습이지만, 한 번도 사진이나 영상 속에 담아보지 않았던 목욕탕이라는 공간에서의 움직임이 우리 앞에 펼쳐지기 때문일 것이다.
고요히 구성된 작품의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물의 파동과 몸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흔들림의 움직임만이 남는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화면에 집중하면서 영상 속 작가의 움직임을 고요히 눈으로 따라가 보자.
장지아(b.1973)
자신의 상상력에서 시작되는 것들을 ‘몸’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보여주는 작가 장지아는 사회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들을 몸을 통해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감상하게 되는 <작가가 되기 위한 신체적 조건-모든 상황을 즐겨라>(2000)는 작가가 직접 화면 속 퍼포머로 등장한다. 작품에서 작가는 머리카락이 끌어 댕겨지고, 주먹으로 맞고, 계란을 뒤집어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웃고 있다.
작가가 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일들을 신체적 폭력으로 표현한 이 작품에서 폭력을 가하는 손과 팔은 우리 사회와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의 표현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하는 행위는 우리 시대 작가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고, 그러한 상황에서도 웃기만 하는 작가는 그럼에도 작가로서 살아가는 그녀 자신의 모습이다.
들뢰즈는 ‘~되기’에서 이야기하는 ‘~되기’의 조건은 되고자하는 것에 대해 최대한 이해한 상태, 즉 그것과 같은 마음상태로 현상에 대해 사고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 작품은 작가가 되기 위해 스스로 경험하고 느꼈던 현상에 대한 생각을 몸으로 표현하여 기록한 것이다.
홍명섭(b.1948)
작가에게 마주한 벽은 시야를 차단하는 막힌 벽면이 아니라 새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시각 현장이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벽면은 우리의 시야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새로운 현실로 인도해 줄 중요한 현장을 보고 있는 것이다. 사각형 종이의 한 쪽 귀퉁이만 남긴 것 같기도 하고, 한 쪽 귀퉁이만 붙여 놓은 것 같기도 한 설치작업은 작가의 일시적 관여의 결과물이고 없어질 물(物)들이다.
홍명섭 작가의 작품은 작업실에서 완결되지 않는다. 그의 작업은 일상 속에서, 작업 중에, 전시실에서 창작되고 완결된다. 그리고 그 결과물들의 대부분은 폐기의 수순을 밟아 작가의 흔적과 개념만이 남게 된다. 이것을 작가는 생명의 주기와 닮아있다고 하였다.
규칙적으로 놓여있는 것처럼 보이는 종이 조각들의 배열을 찬찬히 살펴보자. 오른쪽 끝에 홀로 놓여있는 종이 조각의 위치는 시작점일까? 마무리 지점일까? 종이 조각들을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다시 옮겨 붙이면 우리가 보고 있는 벽은 움직이게 된다.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는 벽면과 우리는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4. 주요 작품 이미지
사진제공: 김구림
도(道), 1970, 퍼포먼스, 경기도미술관 소장
“노란 비명” 그리기, 2012, 싱글채널비디오, 컬러, 사운드, 31분 6초, 스틸이미지, 작가소장
줄자-/정류장, 2015, 퍼포먼스, 경기도미술관 소장
가곡실격: 방5↻(사운드), 2013-2014, 퍼포먼스(노래:박민희, 안이호), 28분, 작가소장
8개의 언어, 2015, 3채널, 20비디오, FHD, 컬러, 사운드, 1분 33초-10분, 스틸이미지, 작가 소장
잃어버린 항해, 2011-2018, 싱글채널비디오, 컬러, 사운드, 72분 34초, 스틸이미지, 작가 소장
사진제공: 성능경, 촬영: 관객
신문읽기, 1976, 퍼포먼스, 경기도미술관 소장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읽기, 2016, 퍼포먼스, 경기도미술관 소장
신체드로잉 76-1, 2021, 캔버스에 아크릴릭, 171x227cm, 작가소장
백조, 2007, 싱글채널비디오, 무음, 4분 45초, 스틸이미지, 경기도미술관 소장
작가가 되기 위한 신체적 조건-모든 상황을 즐겨라, 2000, 싱글채널비디오, 사운드 3분 21초, 스틸이미지, 경기도미술관 소장
사진제공 : 홍명섭
면벽, 1978, 벽에 종이 찢어 붙이기(일시적 설치), 경기도미술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