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아트프로젝트
《흰 밤 검은 낮》
2020. 10. 29. ~ 2021. 02. 14.
경기도미술관 기획전시실
경기도미술관(관장 안미희)은 올해의 마지막 전시로 《흰 밤 검은 낮》을 개최합니다. 《흰 밤 검은 낮》은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이하여, 이 역사적 사건을 함께 기억하고 애도하고자 마련된 전시로 한국 현대미술 작가 14명(팀)이 참여하여 총 41개 작품(총 180여점)을 선보입니다.
본 전시는 “전쟁의 당사자들이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전쟁의 경험자들이 존재하지 않을 때 그것을 어떻게 기억할까?” 그리고 “국가에 의한 공동의 서사와 상이한 개인의 기억들은 어떻게 전해질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웃이 서로를 고발하고, 한 마을이 집단으로 학살당해 묻히고, 자식과 부모가 헤어져 영원히 볼 수 없는 고통스러운 역사는 남북민 모두에게 트라우마로 남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망각 속으로 사라져갑니다. 끝나지 않은 전쟁 ‘6.25’는 7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구성원의 마음과 삶의 조건을 규정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흰 밤 검은 낮》은 상상조차 어려운 전쟁의 참화 속에서 이름 없이 사라져간 사람들과, 이후 남북의 체제 대결 과정에서 희생되고 감춰진 이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그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자 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월북 작가, 예술가, 평범한 여성들, 학살 희생자의 유족들과 실향민의 이야기가 참여 작가의 관점에서 재구성되고 관람자들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고 또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본 전시의 주요 작품으로 월북 작가 이태준의 기행문을 필사한 고산금 작가의 〈조국의 자유와 세계평화를 위하여〉, 박완서의 소설 『나목』을 원작으로 김금숙 작가가 재창작한 동명의 그래픽노블 〈나목〉의 원화가 전시됩니다. 민중미술에서 ‘시대정신’의 의미를 되새긴 문영태 작가의 〈심상석 78-3〉(1978)을 비롯하여, 한국 앵포르멜 운동의 주역인 하인두 작가의 〈윤회〉(1958), 〈인간 애증〉(1975), 〈만다라〉(1982) 등도 오랜 세월의 먼지를 털어내고 관객을 맞이합니다.
경기도미술관 커미션으로 제작된 신작도 선보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지였던 경기도 고양시 금정굴의 이야기를 담은 김무영 작가의 〈금정굴 프로젝트〉와 업셋프레스_안지미+이부록이 젊은 시인들과 함께 한국전쟁의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제작한 설치작품 〈금단의 서재 2〉도 전시됩니다. 또한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적군묘를 촬영한 전명은의 사진작품 <적군의 묘> 시리즈도 처음 전시됩니다.
한석경 HAN SEOK KYUNG
한석경 HAN SEOK KYUNG

한석경, 〈늦은 고백〉, 2020,가변설치, 북한에서 온 편지, 51개의 액자, 실향민 기록물 제본, 쇼파, 테이블, 벽지, 나무, 카페트, 거울, 사운드(19분 5초)
Late Confession, 2020, size variable, a letter from North Korea, 51 frames, a copied document of people who lost their nation, sofa, table, wallpaper, wood, carpet, mirror, sound (19 min 5 sec)
한석경(1982~)은 실향민인 외할아버지의 삶을 매개로 우리 사회의 분단과 통일의 문제를 다층적으로 해석하는 작품을 발표해왔다. 〈늦은 고백〉은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며 진행한 전시 《시언: 시대의 언어》에서 관객들이 DMZ 의 전시공간으로 이동하면서 들을 수 있도록 제작한 작품이다. 라디오 청취방처럼 구현된 공간에서 관객들은 중국에서 온 헤어진 북한의 가족이 보낸 편지를 읽으며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국민들은 라디오를 통해 전쟁의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으나 실제 국영라디오 방송은 언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각 정치세력의 선전 보도로 활용되었다. 라디오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녹음된 실향민의 수기를 들으며 관람객들은 고향 상실의 경험을 마주하고, 역사적 사건과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고산금 KOH SANKEUM
고산금 KOH SANKEUM
김금숙 KEUM SUK GENDRY-KIM
김금숙 KEUM SUK GENDRY-KIM
김금숙, 〈나목〉, 2018/2019, 각 42 × 29.7 cm, 종이, 먹 (41점)
The Naked Tree, 2018/2019, each 42 x 29.7 cm, paper, ink (41 pieces)
김금숙(1971∼)의 그래픽노블 〈나목〉은 한국 문단의 대표 작가 박완서의 소설 『나목 裸木』을 원작으로 재창작한 것으로 이번 전시에는 원화를 선보인다. 1970년 『여성동아』의 여류 장편소설 모집에 응모해 당선된 『나목』은 한국전쟁기 박완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쓰인 소설이다. 김금숙 작가는 꼼꼼한 취재와 작품 탐구를 바탕으로 1950년대 서울 명동 거리와 미8군 PX, 계동 골목을 이미지로 재현했으며, 현대적 감각을 입힌 인물 캐릭터를 선보인다. 원작소설의 탄생에 영감을 준 <나무와 두 여인>을 비롯한 <노상의 연인들>, <모자>, <귀로>, <아기 업은 소녀>등을 모작하여 책 속의 박수근 갤러리로 되살렸다. 김금숙은 원작의 등장인물에 대한 깊은 이해와 풍부한 해석을 바탕으로 전쟁의 한복판에서 훼손당했지만 이를 기억하고자 발버둥친 주인공의 예술적 열망과 그 훼손의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김무영 MOOYOUNG KIM
김무영 MOOYOUNG KIM
김무영, 〈오인된 사람〉, 2016, 2채널 비디오 (1채널:15분/2채널:10분)
Wrong Man, 2016, 2-channel video (1CH:15min / 2CH:10min)
김무영(1979~)은 냉전이 지속되었던 한국사회에서 이데올로기가 작동되는 방식과 그 과정에서 오인된 실체에 다가가는 작업을 해왔다. 〈금정굴 프로젝트〉는 1950년 10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금정굴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영상 작업이다. 우리 군경에 의해 한 마을에서 153명 이상이 희생된 이 사건은 1993년 피해자 유족들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한국전쟁의 참혹한 면모를 증언하는 대표적인 사건이 되었다. 작가는 금정굴 사건 피해자 유족들의 일상을 기록하고 현재의 금정굴 모습 속에 잔존하는 폭력의 흔적을 찾고자 한다. 그는 과거의 사건을 기억에 의존하여 상상하기보다 현재의 흔적을 통해 망각된 기억이 어떻게 현재를 작동시키는지 드러내고자 한다.
송상희 SONG SANGHEE
송상희 SONG SANGHEE
송상희, 〈다시 살아나거라 아가야〉, 2017, 싱글 채널 비디오 설치, 17분
Come Back Alive Baby, 2017, single channel video installation, 17 min
송상희(1970~)는 역사의 현장에서 잊힌 것들, 몫 없는 자들의 소리 없는 죽음들을 발견하고 이를 음악, 영상, 드로잉,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해왔다. 〈다시 살아나거라 아가야〉는 비극적 영웅 설화인 아기장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류의 종말과 구원, 묵시적 상황에서도 새롭게 생성되는 에너지를 다채로운 영상 이미지로 엮어낸 작품이다. 작가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국가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희생된 개인과 원전사고, 전쟁 등으로 폐허가 된 장소들을 영상으로 담아 잊힌 역사적 사건들과 존재들을 불러내고 그 과정에서 훼손되었지만 찬란했던 것에 말을 걸어 지금의 우리와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독일 바이마르 부헨발트 강제수용소의 생체실험실이나 한국 전쟁기의 민간인 학살지, 체르노빌의 원자력발전소 냉각탑 등에서 확인되는 폐허의 상황에서도 작가는 다시 살아나기 위한 변화의 과정을 작품 안에서 견인해간다.
신학철 SHIN HAKCHUL
신학철 SHIN HAKCHUL
신학철, 전시 전경
신학철(1941~)은 한국 현대사 연작을 통해 분단과 전쟁으로 인한 한국 사회의 개인적, 집단적 트라우마를 다루어왔다. 사진 몽타주를 활용한 그의 흑백 역사화들은 산사람과 죽은 사람이 함께 얽혀있는 괴물적 형상을 전면화하여 보는 사람에게 고통스러운 악몽을 꾸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번에 출품한 <한국현대사 – 6 · 25 통곡>은 故 이경모 사진가가 남긴 여순반란 사건과 6 · 25 전쟁의 희생자, 피난민의 사진을 사용했다. 작가는 작품 속 희생자의 모습을 장례 의식에서 피우는 향의 연기 형상 안에 담아 애도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현대사– 6 · 25 망령들〉에서 작가는 6 · 25가 우리 사회에 남긴 트라우마를 좀비 영화의 이미지를 차용해 표현하였다. 망가지고 부서진 전쟁의 파괴적 형상과 이를 짊어진 상이군인의 모습을 태극기 부대와 연결시킴으로써 작가는 우리 사회에 잔존하는 전쟁의 상흔을 추적한다.
최민화 CHOI MINHWA
최민화 CHOI MINHWA
최민화, 전시 전경
최민화(1954~)는 이념 전쟁으로 인해 갈라진 남과 북이 지난 20세기 동안 서로를 증오함으로써 두 개의 체제를 유지해왔음을 지적한다. 작가는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이분법적 사유체계를 비판하며 극단의 양쪽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정체성을 ‘분홍 연작’에 담아냈다. ‘전쟁과 아이’를 주제로 한 20세기 연작은 작가가 치열하게 분투하며 확보해낸 분홍의 영토 안에서 시작된 것으로 이번 전시에는 한국전쟁과 연결되는 4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주제와 관련해 신문, 잡지에 보도된 사진을 차용해 이를 프린트하고 그 위에 유채로 작업하였다. 해방을 맞이해 성조기를 흔드는 한국인의 모습과 한국전쟁기 피난민의 행렬, 전쟁을 준비하는 강대국 지도자들과 전쟁놀이를 하는 어린아이의 모습 등에서 작가는 극단의 대결이 가져온 참상과 그 희생자들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정정주
정정주
정정주, 〈미군 장교 숙소〉, 2019, 690 × 210 × 300 cm, 스티로폼과 골판지로 만들어진 건축모형, 소형 카메라 6대, 빔프로젝트 6대, 거울
US Military Officers Quarters, 2019, 690 × 210 × 300 cm, architectural model of the U.S. military officer’s lodge, 6 video cameras, 6 video projectors, made of Styrofoam and corrugated cardboard, mirror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미군기지 중 한 곳인 캠프 그리브스에는 미 2사단 506연대가 머물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현재는 남겨진 건물들을 활용해 DMZ 체험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정주(1970~)는 캠프 그리브스의 미군 장교숙소를 스티로폼 모형으로 재현하여 텅 빈 건물에 남아있는 역사의 그림자를 환기시킨다. 건물 모형 안에 설치된 소형 카메라가 찍은 실시간 영상이 6대의 프로젝터에 의해 벽면에 투사되고, 움직이는 영상은 거울에 의해 다시 반사된다. 영상들은 마치 기억의 파편처럼 현실 위를 떠돌며 희미해져 가는 전쟁에의 기억과 그럼에도 엄존하는 분단의 현실을 환기시킨다. 건물 모형에서 발신하는 빛(실시간 촬영영상)은 계속해서 역사적 장소의 현재 속으로 관람객을 끌어들인다.
전명은 EUN CHUN
전명은 EUN CHUN
전명은, 전시 전경
전명은(1977~)은 도달할 수 없는 세계를 이미지로 포착한다. 작가는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아마추어천문가, 폴리아티스트, 조각가, 체조선수 등의 인물들이 자신의 세계를 극복하고 확장시키는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하였다. 그는 부재를 채우는 감각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한 ‘조각가 작업’에서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조각의 감각을 포착해 냄으로써 움직이지 않는 물체에 생명감을 부여하고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적군묘를 방문하고 이 곳에 있는 묘비를 촬영하였다. 정식 명칭은 ‘한국전쟁 북한군- 중국군 전사자 묘역’이지만 오랫동안 ‘적군묘’로 불린 이 곳에는 지난 2015년 중공군 유해가 본국으로 이송되면서 북한군의 유해만이 남아있다. 작가는 무성하게 자라난 초록의 풀 속에 묻힌 묘비 조각의 이미지를 포착하여 그동안 존재했지만 부정당해온 이들의 현존을 드러낸다.
오윤 OH YOON
오윤 OH YOON
오윤, 전시 전경
오윤(1946~1986)은 한국의 민중 미술을 대표하는 판화가로 1969년 ‘현실동인 제1선언’을 시작으로 1979년 미술그룹 ‘현실과 발언’의 창립을 이끌며 평등과 상생의 사회를 위한 미술의 역할을 모색하였다. 그는 주변의 노동자, 서민들과 교류하며 기층 민중의 삶을 목판화의 형식 안에서 담아내고자 하였다.
1984년 ‘현실과 발언’ 정기전인 《6 · 25》전에 출품한 〈원귀도〉를 비롯해 〈원귀〉, 〈팔엽일화〉, 〈대밭〉 등의 작품에서 전쟁과 국가 폭력에 의한 역사의 희생자들을 전면으로 등장시키고 기록하여 그들의 한을 위무하였다. 〈아라리오〉는 그가 작고하기 직전에 제작한 것으로 맺히고 풀리는 인물의 동작과 자세를 통해 민중의 한과 신명의 정서를 담아내고 있다. 슬픔이 가진 에너지와 힘에 대한 그의 미학적 통찰은 당대의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작가는 이름 없이 죽어간 이 땅 민중들의 원혼을 형상화함으로써 스스로 말한 “함께 추는 춤”을 실현하고 있다.
업셋프레스_안지미+이부록 UPSETPRESS_AN JIMI+LEE BOOROK
업셋프레스_안지미+이부록 UPSETPRESS_AN JIMI+LEE BOOROK
업셋프레스_안지미+이부록, 〈금단의 서재 2〉, 2020, 아트북, 설치
Forbidden Library 2, 2020, artbook & installation
업셋프레스_안지미 + 이부록(2008~)은 한국전쟁 70주년을 추념하며 경험하지 못한 역사적 기억에 관한 시모음집 『금단의 서재』를 간행한다. 이 작업은 전쟁의 경험자들이 존재하지 않을 때 누가 어떻게 전쟁을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전쟁 3세대라 할 수 있는 30대 시인 서윤후 배수연은 4편의 시를 통해 작업에 함께 참여했다. 끝나지 않은 전쟁의 공간에서 자라난 아이들의 놀이를 담은 검정고무신 놀이책과 기록사진의 참혹한 고통 속 아이들을 오려내 지금 여기 관객의 초상사진과 병치시키는 인증샷 몽타주 책 등이 금단의 서재 목록이다. ‘워바타 스티커 프로젝트’는 냉전의 시대에서 온 사람들이 나아갈 미래의 냉전기념관 출구에서 전쟁의 표상을 해체하는 행위를 유도한다. 관람객들은 인류에 찾아온 재난과 한반도의 냉전 종식을 위한 출구이자 실질적 평화로 향하는 비상구 입구를 찾아 전시(戰時)를 상징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인증샷을 전송하며 전시(展示)의 메시지를 확장시킨다.
임흥순 IM HEUNG-SOON
임흥순 IM HEUNG-SOON

임흥순,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2017, 3채널 비디오(2K), 7.1채널 사운드, 49분 (카운트다운 포함)
Things That Do Us Part, 2017, 3-channel video (2K), 7.1-channel sound, 49 min (Countdown included)
임흥순(1969~)은 한국 현대사의 한 축을 담당하였으나 잊힌 여성들의 관점에서 한국 전쟁 시기를 돌아볼 것을 제안한다. 작가는 1945년 해방 전후 일어났던 독립운동, 제주 4 · 3 항쟁, 지리산 빨치산 투쟁, 한국전쟁 등의 시기를 살아 온 여성 4인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편의 영상을 제작하였다. 『장강일기』 (정정화), 『자유를 찾아서: 김동일의 억새와 해바라기의 세월』(김창후), 『강물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고계연) 등의 자서전과 『한국전쟁의 기원』(브루스 커밍스)을 참고하고 주인공과 후손들, 지인들을 인터뷰하여 시나리오를 완성하였다. 그는 근대 국가 건설을 위한 치열한 정치 투쟁이 벌어졌던 1945년부터 1953년까지를 하나의 체제로 보고 이 70 여 년 전의 역사를 개기일식의 시작과 끝에 벌어진 사건으로 설정한다. 각각의 여성을 연기하는 배우들로 인해 관객들은 생생한 과거의 인물들과 조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두 세대를 거슬러 역사 속 이름 없이, 이유 없이 죽어간 사람들을 애도하고 이들의 삶을 기억하고자 한다.
하인두 HA INDOO
하인두 HA INDOO
문영태 MOON YOUNG TAE
문영태 MOON YOUNG TAE

문영태, 〈심상석 78-3〉, 1978, 122 x 168 cm, 종이 위에 연필
Figure Stone 78-3, 1978, 122 x 168 cm, pencil on paper
문영태(1950∼2016)의 〈심상석〉(心象石)은 마음의 형상이 새겨진 돌이라는 뜻으로 작가는 코끼리상(象)이라는 글자를 사용하여 자신의 관념과 상상이 개입된 돌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였다. 마치 타제 마제석기를 연상시키는 듯한 형태의 돌에는 총에 맞은 듯한 구멍이 뚫려 있거나 칼에 베인 듯한 흔적이 남아있다. 상처 입거나 훼손된 돌은 어느 작품에서는 사람의 형상으로 변모되어 있기도 하다. 마치 생명이 있는 것 같은 이 형상들은 작가가 1977년부터 1983년까지 그린 것으로 역사의 전면에 드러나지 않은, 기록되지 않은 이름 없는 개인을 담아낸 것이다.
그는 1991년부터 1996년까지 소설가 김하기와 함께 교동도에서 고성에 이르는 DMZ를 답사하며 분단의 풍경을 사진으로 남겼다. 이번 전시에는 그 중 일부를 재제작해 한 세대 전 그가 걸었던 DMZ의 장소들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전시실 내에 배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