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DMZ 평화예술제
DMZ아트프로젝트 – 다시, 평화
2021. 05. 20. — 2021. 06. 15.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일원
Let’s DMZ 평화예술제에서 ‘전시빌리지 전시․체험 사업’으로 기획된 «DMZ아트프로젝트 – 다시, 평화»는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진행된다.
이 전시는 남북교류와 평화ㆍ통일의 중요성을 알리고, 분단과 치유가 공존하는 DMZ의 생태ㆍ문화ㆍ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또한 ‘6ㆍ15남북공동선언’(2000.6.15.)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2018.4.27.)을 기념하기 위한 전시이기도 하다.
임진각 평화누리는 자유로의 북쪽 끝이자, 통일로의 첫 시작점에 위치하는 ‘평화로(平和路)’의 중간지대이다. 그 중간지대는 남과 북이 ‘하나로’, 자유로와 통일로가 ‘하나로’, 대립과 반목이 ‘하나로’ 만날 수 있는 평화의 상징공간이기도 하다. 평화(平和)의 뜻은 “서로가 둥글게 둘러앉아(平) 함께 밥을 먹는다(和)”는 뜻이기도 하니, 한반도에서 평화는 둘이 아닌 하나일 것이다.
정전(停戰)에서 종전(終戰)으로, 그리고 ‘다시,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민족의 큰 역사적 자각이 필요할 것이다. ‘다시, 평화’를 위한 (둘이 아닌) ‘하나’의 인식은 유라시아를 향한 열린 길의 깨달음이며, 이산의 아픔을 가진 한민족의 소원이자 염원이고, 또한 그 ‘하나’는 “Let’s DMZ”라는 말에 담긴 능동성ㆍ미래지향성ㆍ공동체성을 묶어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전시주제 ‘다시, 평화’는 환하게 열렸다가 닫혀버린 남북 간의 현 상황에서 그야말로 다시 평화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면서, ‘다시, 새로운 열림(開闢)’처럼 한반도에 완전하고도 영구적인 새로운 평화가 도래하기를 바라는 우리 민족의 뜻과 소망이 담겨 있다.
강익중 IK-JOONG KANG
강익중, 〈꿈의 다리〉, 2021, 나무, 철, 기타 혼합재료, 500x350x700cm
강익중 Ik-Joong Kang
1984년 유학 첫해 그의 뉴욕 생활은 하루 12시간의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학교를 다니는 것이었다. 그림을 그릴 시간이 없던 그는 작은 캔버스를 여러 개 만들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오가는 지하철 안에서 작업을 하였다. 이것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3인치 작품의 시작이다. 객차 안의 군상들, 일상의 단편, 영어단어암기 등 작은 캔버스 안에는 그의 하루가 문자나 기호, 그림으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이미지들은 모두가 융합되어 강익중의 ‘나’로 표현된다. 동양과 서양, 선함과 악함, 얻음과 잃음, 기쁨과 슬픔 등이 커다란 줄기를 이루며 나타난다. 동양 문화와 서양 문화와의 융합과 포용을 나타내던 그의 작품은 더 강렬해진 어조로 세계의 평화와 한반도의 통일을 이야기 한다.
1994년 휘트니미술관에서 백남준과 〈멀티플/다이얼로그〉전을 열었고,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대표로 참가하여 특별상을 수상하였다. 1999년 파주 헤이리에서의 <10만의 꿈>설치와 2001년 UN본부에서 <Amazed World>, 2005년 무하마드 알리센터에 <희망과 꿈>을 설치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달항아리> <해피월드> <내가 아는것> <오페라를 부르시는 부처> <영어를 배우자> <한자를 배우자> <사운드 페인팅> <금동미륵반가사유상> <꿈의 달> 등의 작품이 있고, 구겐하임 미술관, 대영 박물관, 휘트니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보스턴미술관, 독일 루드비히 뮤지엄, 삼성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강익중 작가의 꿈은 남과 북을 잇는 <꿈의 다리>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이다. 남북한을 갈라놓은 임진강 위에 어린이들과 실향민들의 꿈이 담긴 수 백만 장으로 내부를 꾸미고 남북이 함께 부르는 노랫말로 외벽을 장식한 원형 모양의 미술관을 만드는 것이다. 작가는 “꿈의 다리를 걸으면서 ‘이 다리를 건너서 북녘 땅까지 마음껏 가고 싶다’고 염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통일이 더 빨리 올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의 구상은 남북한 어린이의 꿈을 담은 길을 만들어 DMZ 인근 파주에서 전시 했던 1999년의 <10만의 꿈> 프로젝트로부터 시작했다. 이후 2001년, UN본부에서 진행된 <Amazed World>는 전 세계 5만 어린이들의 꿈을 모아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2004년에는 141개국의 12만 6천 어린이의 그림을 모아 <꿈의 달>을, 2009년 경기도미술관에서 <5만의 창, 미래의 벽>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2016년, 통일의 염원을 담은 실향민들의 그림을 담은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공공미술 작품을 런던 템즈 강물 위에 띄움으로써 통일과 평화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DMZ 아트 프로젝트에서 소개하는 강익중의 <꿈의 다리>는 이러한 작가의 염원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파주 평화누리 공원에 세워진다. 약 일 년 간 설치될 이 작품은 남북한 어린이들과 실향민들의 꿈을 담아 남과 북에 걸쳐 설치될 <꿈의 다리> 프로젝트의 실현될 그날, 평화와 공존이 실현되는 그날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무늬만커뮤니티 SEEMS LIKE COMMUNITY
무늬만커뮤니티, <UFO>, 2018, 개성공단 입주기업 ’(주)서도‘의 손수건 원단, ’(주)진글라이더‘의 낙하산 원단, 나무, LED 램프, 210x320x320cm
무늬만커뮤니티, <샹들리에>, 2018, 개성공단 입주기업 ‘(주)디에스이‘의 LED 램프, 200x160x160cm
무늬만커뮤니티 Seems Like Community
무늬만커뮤니티는 김월식 디렉터를 포함하여 곽동열, 박영균, 이아람 작가가 정규 멤버로 활동하는 예술가 그룹이다. 지역적 탐구를 기반으로 오랜 기간 지역민과 교류하며 예술의 영역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아트를 실천해왔다. 그들은 도시화와 근대화의 획일적 발전 논리 하에 잃어가는 제각기 다른 삶의 모습들에 주목하였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전체주의적 기치 아래 희생이나 의무를 강요받기보다는 서로의 다양한 시선을 존중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한다. 무늬만커뮤니티는 이름 그대로 무늬뿐인, 즉 느슨한 관계로 개인의 활동과 재능, 참여 의지를 존중하는 커뮤니티라는 뜻이다. 결과로서의 작품보다는 커뮤니티 안에서 여유 있게 관계를 맺으며 삶과 예술을 가까이 하는 모든 수행들이 작품의 주요한 부분을 이룬다. 공동체 안에서 개개인의 욕망과 다양한 삶의 기술들에서 창조적 가능성을 바라보고 유대를 맺는 과정이 곧 무늬만커뮤니티의 예술적 수행이라 할 수 있다.
2005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를 기점으로 안양시 박달동에서 지역 노인과의 협업을 통한 커뮤니티 아트를 선보이며 콜렉티브 활동을 시작했다. 이처럼 산업화의 주역이었음에도 그 가치를 주목 받지 못한 노인들의 삶을 조명하는 프로젝트는 2013년 해인사의 <매점불> 작품으로도 이어졌다. 전국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108명의 노인들에게 받은 것들로 부처상을 만들고 그들의 소원을 배 안에 넣어, 해인사의 매점이 위치했던 곳에 안치한 작업이었다. 2014년에는 네팔 카트만두와 수원 지동에서 지역 주민들과 협업을 통해 영적 존재에 관하여 리서치한 결과로, 각각 힌두교의 신을 골판지로 형상화 한 <가네샤>와 수원 지동 민간신앙을 바탕으로 한 <지동신>을 제작하였다.
이처럼 지역에 대한 관찰과 성찰을 바탕으로 커뮤니티 아트를 실천해 왔던 무늬만커뮤니티는 그 예술적 실천의 일환으로 프로젝트나 레지던시를 기획하였다. 2011년 생활문화재생레지던시 ‘인계시장프로젝트’, 2013년 중증 장애인과의 협업극 ‘총체적 난극’, 2014년 동시대 아시아 예술가들의 커뮤니티 연구 ‘Cafe in Asia’와 2015년 시흥시의 ‘모두를 위한 대안적 질문 A3레지던시’를 기획하고 진행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경기도미술관의 전시를 비롯하여,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해인아트프로젝트 등 유수의 전시와 비엔날레에 다수 참여하였다.
신데렐라 동화에서 차용한 설치 작업 <The Party (UFO, 샹들리에)>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제작한 상품들 중, (주)서도, (주)디스에이 ,㈜진 글라이더에서 기증한 손수건, 낙하산원단과 LED 램프로 제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신데렐라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관계와 사물, 판타지와 동화가 주는 희망적 교훈을 ‘개성공단’의 역사와 배경,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상징적으로 연결하는 설치 작업이다. 화려한 조명과 꺼지지 않는 조명, 파티장의 음악과 공단의 반복적인 기계음, 왕궁과 공단의 건물, 드레스와 유니폼, 춤과 체조, 호박마차와 물류차량(특히 개성공단을 급하게 빠져 나와야만 했던 철수 당시의 다급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던 뉴스의 차량들), 신데렐라의 벗겨진 채 남겨진 유리구두처럼,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인들이 어쩔 수 없이 남겨 놓은 채 떠나와야 했던 다양한 생산품과 희망, 또 그들의 추억을 상징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The Party>에는 총 2개의 개별적 설치물이 있다. 파티장에 빠져서는 안 되는 ‘샹들리에’와 호박마차를 상징하는 ‘UFO’가 그것이다.
백남준 NAM JUNE PAIK
백남준, <호랑이는 살아있다> (1999), 컬러, 유성, 45분,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백남준 Nam June Paik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과 홍콩에서 중학교를, 일본 가마쿠라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도쿄대학교에 진학해 미학을 전공한 후,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음악으로 졸업 논문을 썼다. 1956년 독일로 건너가 유럽 철학과 현대 음악을 공부하는 동안 동시대 전위 예술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기존의 예술 규범, 관습과는 다른 급진적 퍼포먼스로 예술 활동을 펼쳤다. 이 때부터 새로운 미디어를 이용한 예술의 방식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1963년 텔레비전의 내부 회로를 변조하여 예술 작품으로 표현한 개인전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을 통해 미디어 아티스트의 길에 들어섰다. 백남준은 1964년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으로 비디오를 사용한 작품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비디오 영상뿐만 아니라 조각, 설치 작품과 비디오 영상을 결합하고,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비디오 신디사이저를 개발하였으며, 여기에 음악과 신체에 관한 끊임없는 탐구까지 더해져 백남준만의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였다. 1980년대부터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필두로 위성 기술을 이용한 텔레비전 생방송을 통해 전위 예술과 대중문화의 벽을 허무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으며,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에 독일관 대표로 참가하여 유목민인 예술가라는 주제의 작업으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였다. 이후 레이저 기술에까지 영역을 확장해 나가던 가운데 1990년대 중반 뇌졸중이 발병했다. 하지만 2006년 마이애미에서 타계할 때까지 백남준은 예술적 실천을 멈추지 않았다. 백남준은 미디어 아트의 개척자로서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실험적이고 창의적으로 작업했던 예술가이다. 예술가의 역할이 미래에 대한 사유에 있다고 보았으며 예술을 통해 전지구적 소통과 만남을 추구했던 백남준은 “과학자이며 철학자인 동시에 엔지니어인 새로운 예술가 종족의 선구자”, “아주 특별한 진정한 천재이자 선견지명 있는 미래학자”로 평가 받으며 여전히 가장 “현대적인 예술가”로서 우리 곁에 숨 쉬고 있다.
<호랑이는 살아있다>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세계 73개국 방송사가 공동 제작한 밀레니엄 프로젝트, ‘2000 Today’에 MBC가 소개한 한국을 대표하는 영상으로 전 세계에 송출되었다. 한국의 프로젝트 제목은 ‘DMZ 2000’ 이었다. 새로운 밀레니엄, 분단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이 프로젝트에서 백남준은 “한국인들이여, 호랑이처럼 강하고 자신 있게 새 세기를, 새 밀레니엄을 맞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품은 이 작품을 제작한다. 당시 백남준은 21세기의 디지털 혁명과 통일 한국에 대한 전망과 기원을 담은 글을 특별 기고할 정도로 이 작품 제작에 큰 의미를 두었다.
총 45분 분량의 <호랑이는 살아있다>는 밤 12시 정각에 임진각 평화의 종이 21번 울리고 난 직후에 <다시, 평화> 전시가 진행되는 이곳, 평화누리 공원에서 상영되었다. 상영은 비파와 첼로를 형상화 한 멀티모니터로 된 2점의 대형 비디오 조각을 통해 이뤄졌다. 방송을 통해 송신된 분량은 국내 14분, 세계 3분으로 압축되어 전 세계의 방송과 인터넷으로 소개되었는데, 이는 백남준이 1984년 프랑스와 미국을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독일과 한국을 비롯한 세계 수 천 만 명에게 방송 되었던 위성 아트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역사적인 순간을 상기 시킨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전 지구적 평화와 공존, 통일에 대한 새 천년 한국인의 각오, 자신의 작가적 열망을 집약시켰다. 작품에는 백남준이 21세기 한국인의 표상인 동시에 백남준 자신으로 묘사한 호랑이의 이미지와 더불어 백남준의 대표적인 비디오 작품 “글로벌 그루브”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등 주요한 장면들이 편집되어 있다. 가장 의미심장한 부부은 백남준이 직접 ‘금강에 살어리랏다’를 부르는 장면인데, 어린 시절 한국을 떠나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아온 작가의 뇌리 속에 남아있던 고국의 노랫가락을 서투르게 부르는 그의 퍼포먼스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작가의 마음을 볼 수 있다.
송창 SONG CHANG
송창, <붉은 꽃>, 2008, 캔버스에 유채, 100x100cm
송창, <해빙>, 2014, 캔버스에 유채, 112x162cm
송창, <드렁칡>, 2015, 캔버스에 유채, 130x162cm
송창, <여명-수종사에서>, 2007, 캔버스에 유채, 100x441cm
송창, <기다림(임진나루)>, 2008, 캔버스에 유채, 60.6x91cm
송창, <의주로를 밟다>, 2017, 캔버스에 유채, 조화, 마끈, 218x291cm
1952년 전남 장성 출생으로, 1980년 조선대학교를 졸업하고 1990년 경원대학교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였다. 1982년부터 1987년까지 ‘임술년’ 그룹전(서울, 부산, 대구, 강원, 광주)과 1983년 관훈미술관의 ‘젊은 의식전’, 1987년 그림마당 민에서 ‘민족통일 그림전’ 등 1994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민중미술 15년전’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민중미술 전시에 참여하였다. 1986년 작가는 민족미술인협회에서 운영하고 민중미술 화가들을 주축으로 전시했던 그림마당 민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1980년대에 ‘임술년’ 동인으로서 민중미술 작가로 활동했던 그는 1982년 이후 도시의 빈민과 철거민의 험난한 생활상을 모티프로 한 <매립지> 연작을 선보였으며, 이후 1984년부터 중점적으로 DMZ를 비롯하여 분단 접경지대를 담은 풍경 작품을 그려왔다. 한국전쟁 당시 가족의 피난을 따라 전남 장성의 산골에서 성장기를 보냈던 작가는 전쟁이 남긴 가난과 고통의 폐해, 폭력적인 좌우 이념의 대립을 가까이에서 목도했다. 전라도의 풍토성과 더불어 당시의 기억은 작가가 분단 현실을 담은 풍경을 그리는 데에 영향을 끼쳤다.
송창은 40년 가까이 이르는 세월 동안 분단과 관련한 주제에 일관되게 천착해 온 작가이다. 그는 반추상적인 형상과 거침없는 필적으로 분단의 역사가 남긴 풍경을 처연한 심상으로 담아냈다. 특유의 정취로 표현된 풍경은 단순한 소재라기보다 분단의 트라우마를 상기시키는 회화적 매개체라 할 수 있다. 이후 작가는 회화 외에도 설치나 실크스크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사회적 분열을 다룬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분단은 여전히 주목해야 할 문제임을 상기시킨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호암미술관, 학고재갤러리 등 국내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에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그는 분단이라는 강밀도의 선에 다른 하나의 미학적 선을 덧대어 긋는다. 통일대교, 주상절리, 덕진산성, 임진강 초평도, 의주로, DMZ, 노동당사, 장단…. 그가 발로 누볐던 풍경들과 그 숱한 풍경의 잔상들이 기억 속에서 엉겨 붙어 나타나는 ‘겹풍경’ 사이의 선을. 그 선에 전쟁으로 죽은 군인/사람들과 죽은 풍경들에서 자란 산 사람들이 있고, 산 풍경들에 깃들어 있는 죽은 침묵이 있다. 그의 회화는 분단이 내재화 된 풍경으로서의 분단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풍경의 사실(史實)로 ‘분단’이라는 실재를 그려온 화가인지 모른다. 회화로 써 내려간 역사화로서의 ‘내셔널 지오그래픽’일 수 있고, 분단 풍경의 보고서를 망각의 주체들에게 제출해 온 예술가일 수도 있다. 35년을 그려 온 분단풍경의 진면목이 그의 회화에 있다.
<img class="alignnone size-medium wp-image-8364" src="https://gmoma.ggcf.kr/storage/upload/2023/05/09/40bV9oUDtEPkyzaAbynO79LNrLmbqcyBi3MeB7na.jpg"
이영섭 LEE YEOUNG SUP
이영섭, <어린왕자>, 2018, 혼합재료, 600x270x180cm
(좌) 이영섭, <미륵>, 2018, 혼합재료, 320x100x100cm
(우) 이영섭, <미륵>, 2018, 혼합재료, 250x80x80cm
이영섭 Lee Yeoung Sup
이영섭은 ‘발굴 조각’이라는 독자적인 조각 기법을 다져온 작가이다. 1963년 경기도 여주에서 출생한 작가는 부친이 운영했던 목공방과 도자기 공간을 운영했던 이모부를 통해 흙과 가마를 가까이 접하며 유년기를 보냈다. 조각을 전공했던 작가는 야나기 무네요시의 저서를 통해 한국의 미(美)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서구 미술 전통에 기반한 조각 기법과 철학에 매몰되지 않고 한국의 미학을 담은 조각을 탐구하는 데에 몰두했다. 1998년 우연히 목격한 고달사지 발굴현장에서 발굴의 행위와 출토의 의미에 대해 생각을 하며 전율을 느낄 정도로 선불교적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 경험을 통해 작가는 ‘조각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자문하며, 무언가를 깎고 만들어내는 인위적인 기술을 넘어 시간성을 담아내는 조각을 만들어내기 위해 탐구하였다.
작가는 “시간의 중개인이자 전달자”를 자처하며 땅의 시간과 조우하는 특수한 조각 기법을 다져왔다. 발굴 조각은 땅 안에 콘크리트 시멘트를 부어 묻어두었다가 출토하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일반적으로 작가가 외부에서 정을 쳐서 형상을 다듬어내는 조각 기법과 달리 역전된 방식으로 땅을 파들어 간다. 시간의 지층을 담은 원석을 찾아 닦고, 콘크리트 재료의 비율과 흙벽의 삼투압 작용을 철저하게 계산하여, 용암을 흘려보내듯 일정한 속도로 재료를 땅에 붓는 절차를 거친다. 이러한 과정은 마치 도를 닦는 듯이 수행적인 정신성을 필요로 한다. 일획으로 완성되는 한국화처럼 유기적인 제작 과정 끝에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내부에서 재료가 다듬어지고 작품으로 잉태되는 조각 기법과 과정은 시간과 자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현대조각의 영역 안에서 한국적 미학을 탐구해 온 작가는 작업 철학과 일관된 제작 방식을 고안하여 자연의 미와 시간의 흔적을 담아낸 조각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은 경기도박물관과 모란미술관 등의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있다.
2016년경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어린왕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의 우바새(선한남자), 우바이(선한여자)와 달리 피안의 세계를 매개하는 ‘매개자’일 수 있다. 어린왕자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존재하는 ‘영원한 아이’일 것이기 때문이다. 도솔천의 미륵이 현현한 존재이거나, 천국의 주인이 예지적으로 도래한 형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이영섭에게로 와 순수한 아이가 되고 미륵이 되었으니까. 임진각 평화누리에 6미터의 키로 서는 <어린왕자>는 남과 북을 평화로 잇는 매개자이다. 분열과 대립의 장소에서 어린왕자는 우리 민족이 나아가야 할 미래 한반도의 꿈을 보여줄 것이다. DMZ는 후고구려를 열망했던 궁예의 상징공간이기도 하다. 드넓은 영토와 대륙을 꿈꾸었던 궁예의 꿈이 또한 미륵의 형상이다. 두 손 모으고 아름다운 하나의 한반도를 빌어보자.
정현 CHUNG HYUN
정현, <서 있는 사람>, 2001-2021, 철도침목, 320x75x53cm
정현 Chung Hyun
1956년 인천 출생으로, 1986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의 조소과를 졸업하고 파리로 건너가 1990년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 de Paris) 조소과를 졸업하였다. 프랑스 유학을 통해 독자적인 안목을 길렀던 정현은 1980-1990년대에 구체적인 형상을 제거하고 변형하여 실존적 인간상을 연상시키는 작품을 제작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 주로 철 조각이나 침목, 타르와 같은 산업 부산물을 재료로 사용하여 재료 자체가 지닌 본래의 역사와 미(美), 상징적 힘을 강조하는 작업을 해 왔다.
전후 1960년대 유년시절, 작가는 철도의 길목에서 장갑차가 지날 때 하중을 견디지 못한 땅이 울렸던 것을 기억한다. 군수 물품을 실은 기차나 탱크 등이 굉음을 내며 지났던 철도는 오랜 시간 그 무게를 견뎌내 왔다. 작가는 폐침목이나 버려진 아스팔트 등 폐자재들은 조각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인간의 이기를 위해 생산되고 희생되었던 재료들은 혹독한 시련 끝에 단단한 내력을 가진다. 작가는 이 날것의 재료들을 하나의 인간적 존재로 사유하며 그 자체가 지닌 본성을 이끌어내는 데에 주력한다. 열차의 무게를 견뎌낸 침목, 원유의 여러 정제 과정 끝에 남은 아스팔트 등에서 작가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사회적, 시대적 고난을 버텨내며 묵묵히 사회를 지탱해 온 보통의 삶들을 조명하게 한다.
그는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과 2009년 한국미술평론가협회상 창작부문 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대표 작가로서 프랑스 파리 왕궁 정원(Domaine National du Palais-Royal)과 생-클루 국립 공원(Domaine National de Saint-Cloud)에서 전시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경기도미술관을 비롯하여 대전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에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침목으로 제작된 정현의 인간 형상들은 미시사(微視史, microhistory)의 눈으로 역사를 보게 하는 어떤 궤적(軌跡)의 무늬들이 깊게 새겨져 있다. 전기톱으로 자르고 스크래치를 내고 그것들을 다시 잇고 붙이면서 드러난 흔적들이 ‘조형화’라는 조각적 과정에서 드러난 인위적 미학의 결이요, 어떤 에너지의 부산물이라면, 침목으로 탄생한 뒤에 철로로 사용되면서 갖게 된, 긁히고 뚫리고 짓밟힌 무수한 상처들은 한 나무의 생을 오롯이 증명하는 나무 그대로의 ‘생채기’같은 것들이다. 그렇게 한 나무/한 인간에게 새겨진 ‘결’과 ‘생채기’의 그것들은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와 거대한 역사의 수레를 굴려야 했던 이름 없는 근대적 주체들의 초상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 나무인간의 형상은 한 인간이 아니라 근대적 주체들의 ‘모뉴망’(monument)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 주체의 형상들이 20세기를 횡단하고 21세기로 넘어와 지금 여기의 ‘광장(평화누리)’에 서 있는 것이고. 바로 그곳에서 이 모뉴망들은 남과 북을 잇는 하나의 상징이 될 것이다.
최문수 CHOI, MOONSOO
최문수, <그날의 흔적>, 2020, 대나무, 깃발천과 비계, 900X4500cm
최문수 Choi, Moonsoo
최문수 작가는 20여 년 넘게 깃발설치 작품을 해 온 몇 안 되는 국내 최고의 깃발설치 작가이다. 1990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공공미술가, 설치미술가, 경기도미술협회 공공미술분과 위원장, 김포미술협회 자문위원을 지냈고, 현재 김포공공미술발전소 대표로 있다.
10회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300여회의 단체전에 초대되었다. 최근 그가 발표한 깃발 설치작품은 <새만큼 깃발미술축제>(2010), <바다미술제>(2013), <문화의 달 기념전>(2015), <행복의 나라 양평>(2016), <대구강정 현대미술제>(2018), <새해맞이 해돋이 대축제>(2019), <3.1운동 101주년 기념 깃발>(2020) 등이다.
2009년 문화예술 공로로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았고, 이후 자연문화대상(2010),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2011)을 수여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깃발설치 작품을 선보였으나, 깃발작품이 본격화 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공식 문화행사로 43개국 600여명의 작가가 참여한 ‘깃발미술축제’부터라 할 수 있다. 이때부터 깃발작품은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발전했다. 플랑카드 아트, 프린트 아트로도 불리면서 형형색색의 깃발작품이 등장한 것이다. 무엇보다 깃발작품은 바람에 나부끼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바람의 예술’로서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2013년 부산광역시 송도 바닷가에 설치한 <2013바다미술제>의 출품작 ‘바람의 흔적’은 가로 50미터, 세로 10미터의 깃발설치인데, 바람과 깃발이 보여주는 미학적 흥취를 보여준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그동안 태극형상의 깃발로 대중에게 깊게 각인된 그의 작품이 이번에는 임진각 평화누리에 설치된다. 평화누리는 ‘바람의 언덕’으로 불릴 만큼 바람이 거세다. 그 언덕에 설치할 작품은 ‘다시, 평화’를 주제로 한 조각보 작품이다. 우리 민족의 전통 조각보는 자투리 천을 이용하기도 하고, 여러 색의 천을 조합하기도 하는데, 그 상징은 ‘조각조각을 이어서 하나로 잇는’ 것이라는데 있다. 남과 북을 평화로 잇고, 흩어진 이산을 잇고, 갈등과 대립을 화해로 잇듯이 이번 작품은 여럿을 하나로, 하나를 여럿으로 보여주는 깃발작품이 될 것이다.
김재이 KEEM JAEI, 김태룡 KIM TAERYONG, 용세라 SERA YONG, 제임스 채 JAMES H. CHAE, 채병록 CHAE BYUNGROK
<100개의 바람>
전시는 평화의 소망을 담은 깃발 상징물로 표현된다. 크게 4개의 파트(구성)로 구성되며 바람(Wind, Hope)이라는 중의적인 주제를 5명의 작가가 어우러진 물결로 평화누리 일대에 설치될 예정이다.
Part 1
주제: 색色
색은 물질적 존재를 총칭하는 동시에 명확하지 의미를 내포한다. 빨강과 파란색은 작가의 고유적인 정체성이자 시대의 현실을 담는 균형의 도구로서 담겨지게 된다.
참여작가: 제임스 채 James H. Chae
Part 2
주제: 흐름에서 율동으로
깃발의 이어짐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DMZ라는 공간 속에 공존공영한다. 연결과 단절의 흐름은 한(恨)을 내뿜 듯 리드미컬한 율동으로 표현된다.
참여작가: 용세라 Sera Yong
Part 3
주제: 다시 바라보기
‘전쟁과 파괴를 넘어 평화와 생명-비무장지대’展의 작품 원화를 바탕으로 하여 그래픽, 텍스타일로 재해석한다.
참여작가: 채병록 Chae Byungrok / 김재이 KEEM JAEI
Part 4
주제: 평화의 구체시
평화의 염원을 담은 시(詩)의 구절은 타이포그래피적 운율로 배치, 배열된다.
참여작가: 김태룡 Kim Taeryong
100개의 그래픽 깃발을 만들어 평화누리공원 일원을 수놓은 크리에티브 디자이너 5명은 다음과 같다.
채병록 Chae Byungrok
채병록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2014년부터 디자인 스튜디오 CBR Graphic을 운영해왔다. 일본 타마미술대학에서 사토 고이치의 지도 아래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는데, 그 시기에 시각 언어의 본질을 연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익혔다. 포스터라는 매체를 통해 개념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일종의 시각 실험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 단체나 기업과 협업 활동도 한다. 그의 작품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미술관(V&A Museum), 뮌헨 국제디자인박물관(Die Neue Sammlung) 그리고 국립한글박물관에 영구소장 되었으며 전시되고 있다. 작품 활동과 더불어 대학에서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 디자인 강의도 진행한다.
김재이 KEEM JAEI
원단의 형태와 구조를 예찬하고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몸이라는 구조적 관점에서 배치하고 연결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며 옷이라는 형태를 이질적인 질감의 혼합으로서 텍스타일을 개발하기도 한다. 또한 몸의 윤곽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동양의 평면적 패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Jaei Store를 운영 중이며 미술관 등의 문화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전시 및 상품도 개발한다.
김태룡 Kim Taeryong
단국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했다. 한글 서체 ‘이면체’와 ‘산유화’를 디자인한 그는 필요한 것과 재미있는 것을 그리고, 필요한 것을 재미있게 디자인하는 프로젝트 그룹 ‘필요와 재미 사이’의 일원으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서체 디자인 스튜디오 ‘비대칭과 정방형’를 운영 중이다.
용세라 Sera Yong
용세라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2012년부터 베를린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호르트(Hort)에서 일했고 콜렉티브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호르트에서 만난 체코 출신 디자이너 파블라 자브란스카(Pavla Zabranska)와 프라울(Praoul)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작업하기도 한다. 나이키(Nike), 디 자이트(Die Zeit), 한성자동차(Hansung Motor), 에이랜드, 서울시립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을 위해 작업했다.
제임스 채 James H. Chae
제임스 채는 현재 서울에서 거주하는 미국 교포 디자이너이다.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디자인컨버전스전공 조교수로 있으며 상업과 예술사이에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안은미컴퍼니 EUN-ME AHN COMPANY
안무 | 안은미 Eun-Me Ahn
관습의 틀을 깨는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춤으로 세계무대를 홀린 안무가 안은미는 춤은 재밌어야 한다는 그녀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춤에 유머를 녹여내고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며 새로운 동작과 신체의 선을 극적으로 활용한다. “안은미의 춤을 통해 관객은 신명과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안은미는 무용 이외에도 영화, 패션쇼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몸’을 통한 표현방식의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프로시니엄에 갇힌 무대를 벗어나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무용 비전공자들인 청소년, 아저씨, 할머니들과 작업한 댄스 삼부작을 만들어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안은미 팬덤을 만들어 냈다. 올해 프랑스 파리의 시립극장 ‘테아트르 드 라 빌’의 상주예술가로 선정되어 첫 작품으로 <안은미의 북.한.춤>을 공동 제작하였다.
단체 | 안은미컴퍼니 Eun-Me Ahn Company
안무가이자 무용가인 안은미가 1988년 창단한 안은미컴퍼니는 미국, 유럽 등 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몸으로 표현되는 섬세하고 특별한 언어, 신비한 색감, 불필요한 회전 없이 흐르는 역동적인 에너지, 유머를 특징으로 하는 안은미의 춤은 한국 전통의 경계를 넘어 세계와 소통하고자 하는 열망을 보여준다.
안은미는 <新춘항>과 <심포카 바리>를 통해 `전통’이 새로운 창작의 핵심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2006년 민간 무용단 최초로 유럽 투어공연을 2011년에는 에든버러 페스티벌 공식 초청 등 서양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후 무용 비전공자들과 협업으로 댄스 삼부작(<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사심없는 댄스>,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댄스>)을 제작하며 ‘몸’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춤, 나아가 예술 활동이라 칭하는 것의 경계를 재고하는 계기를 만들고 무대와 객석의 벽을 허물었다. 매우 원초적인 질문에서 시작되는 댄스 3부작은 유럽 문화예술계에 큰 반항을 일으켜 2014년 유럽 초연 이후 매년 꾸준히 초청되어 유럽 관객과 만나고 있다. 안은미컴퍼니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활발하게 유럽과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리고 있는 민간 무용단이다.
<안은미의 북.한.춤>
<안은미의 북.한.춤>은 오랫동안 금기처럼 느껴졌던 북조선의 무용을 재조명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다. 막연한 궁금증과 호기심 혹은 두려움의 대상으로 남아있던 북한의 춤을 탐구하고 또 미래를 지향하는 방식으로 포용하였다.
대학시절 처음으로 최승희라는 무용가의 사진과 『조선민족무용기본』이란 책을 접했고, 그때 느꼈던 신선한 충격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에게 북한, 북조선이라는 시공도 미지의 영역이었지만, 시대를 앞서 신무용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구축해낸 한 예술가의 파란만장한 행적이 북한의 춤예술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최승희는 존경스러운 큰 인물로 보이기도 했지만, 또한 뛰어넘고 싶은 장벽 같은 대상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책으로 접할 수 있는 문학이나 음반으로 추적할 수 있는 음악과 달리, 춤은 몸의 움직임과 그를 기반으로 한 상상 그리고 그 둘을 복합해 실현한 결과를 통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적잖은, 일종의 일시적 예술이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에서 북한의 춤예술과 문화를 몸으로 배우고 학습할 수 없다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이 작품에서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기동되는 시점을 전제로 북한의 춤을 재구성하고자 하였다. 구미의 다양한 무용 언어와 장르가 허용되는 남한의 상황과 달리, ‘조선춤’의 정전이 되는 민족무용기본에 따라 구성된 북한의 춤-미학은, 어느 정도 교조적인 정체 상태에 빠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통일 한반도시대를 상상하고 전망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북한의 춤-미학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새로운 미래의 춤-세계에서, 예상치 못한 양태로 자라날 무궁한 힘을 지닌, 아시아 공통의 문화적 자산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 출연 : 안은미, 김혜경, 김지연, 황경미, 김수정, 이희은, 정상화, 이현석, 최승민, 정의영, 김도현
※ 코로나19로 비공개 촬영으로 변경되었으며, 촬영영상은 하반기 아카이브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AMBIGUOUS DANCE COMPANY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는 애매모호한 무용단이다.
오롯이 ‘몸’으로써 음악과 춤을 표현한다.
그것이 가장 정확하고 진실 된 하나의 언어라고 믿는다.
장르나 형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독특한 음악적 해석과 개성 넘치는 움직임을 선보인다.
오로지 ‘춤’으로써 가슴 속 그 무언가를 풀어내고자 한다.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는 예술감독 김보람을 중심으로 2011년 창단된 순수예술단체이다. ‘몸’을 통해 음악과 춤을 표현하며 그것이 가장 정확하고 진실 된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든다. 현대무용이라는 장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관객과 더 친근하게 소통하고자 독특한 음악적 해석과 개성 넘치는 움직임을 담은 안무를 선보인다. 춤의 장르나 개념에서 벗어나 가슴 속에 있는 ‘그 무엇’을 몸과 음악으로 풀어내기 위한 창작 활동을 활발히 이어나가고 있다.
<바디콘서트>
<바디콘서트>는 인간의 몸과 춤의 한계를 뛰어넘는 전율을 관객과 함께 공유하고자 만든 콘서트 형식의 작품이다.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우리의 귀에 익숙한 다채로운 음악을 배경으로 창작되었다. 작품 안에서 무용수들은 춤을 통해 형용할 수 없는 감동과 그 감동이 어딘가에 도달하게 하는 것을 시도한다. 신나 는 퍼포먼스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관객들로 하여금 흥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들지만, 작품이 끝나갈 때 즈음 무용수의 몸짓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역동적인 호소력은 춤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피버>는 ‘살아있는 전통’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한국의 전통예술적 요소를 앰비규어스만의 독특한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모든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중독성 강한 전통음악 장단을 바탕으로 한 디제잉과 태평소 시나위, 소리꾼의 가창이 라이브로 연주되며 그에 맞춰 무용수들의 유니크한 움직임이 더해져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패션쇼 런웨이를 방불케 하며 ‘전통적이지 않은’ 최신의 익숙함으로 관객과 대화를 시도하는 이 작품은 의상과 소품에도 우리 고유의 패턴과 아이디어를 활용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 곳곳에서 전통의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이번 <DMZ아트프로젝트 – 다시, 평화>에서는 바디콘서트와 피버,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두 가지 작품을 한 데 모아 선보인다. 검은 정장을 맞춰 입고 우리 귀에 익숙한 서양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무용수들, 그리고 우리 전통의 색동옷을 입고 새롭게 해석된 우리 전통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무용수들은 어울리지 않는 듯 하지만 또 조화롭다.
안무/예술감독 김보람
무용수 김보람 장경민 이혜상 최경훈 박선화 유동인 조영빈 임소정 김덕용 신정민 허유미 김보라
음악_피버 최혜원 권송희 박준형
음향 안형록
프로듀서 김혜연
※ 코로나19로 비공개 촬영으로 변경되었으며, 촬영영상은 하반기 아카이브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