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경기도미술관 x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전
《다시 볼래? RE:VIEW》
2026. 09. 01. ~ 2026. 11. 29.
경기도미술관
우리는 사람과 사물, 그리고 장소를 처음 만나는 순간 저마다의 첫인상을 갖게 된다. 그 첫인상은 기억의 시작이 되지만, 다시 만나고 오래 바라볼수록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모습과 의미가 조금씩 더해진다. 같은 대상이라도 어디에서, 어떤 환경에서 마주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시선과 기억은 달라진다.
《다시 볼래? RE:VIEW》는 이러한 '다시 만남'에서 시작하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경기도미술관 야외조각전 《멈춰 서서》의 전시 작품과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실내와 야외에서 만나게 되는 일곱 점의 조각은 최정화, 배형경, 양태근 세 작가가 같은 주제와 재료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공간을 위해 만든 작품들이다. 작품은 놓일 장소의 풍경과 빛, 주변 환경을 품으며 각기 다른 모습으로 관람객과 만난다.
조각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앞과 뒤, 옆모습을 살펴보고, 나무와 하늘, 물과 빛이 작품과 어떤 풍경을 만들어 내는지 함께 바라보자. 야외에서 자연과 함께 바라보던 꽃과 사람, 동물과 생명의 형상을 미술관 실내에서 다시 만나 유리 너머의 꽃과 사람,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하는 작은 생명체를 마주해보자. 조각들은 저마다의 장소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건넨다.
왜 이 작품은 이곳에 놓여 있을까?
공간은 작품을 어떻게 다르게 보이게 할까?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고, 기억하게 될까?
이번 전시가 작품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다시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최정화, 〈꽃꽂이〉
최정화, 〈꽃꽂이〉, 2008, FRP, 철. 500×590×590cm
최정화의 〈꽃꽂이〉는 인공적인 재료와 강한 색채로 만들어진 커다란 꽃의 형상이다. 작가는 일상의 사물과 익숙한 이미지를 예술의 영역으로 옮기며, 미술관 안팎의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작업을 이어 왔다.
〈꽃꽂이〉는 실내의 〈Flower tree〉와 함께 보며, 같은 ‘꽃’이 장소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야외 수공간에 놓인 꽃은 하늘과 나무, 물빛을 품으며 하나의 풍경이 된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이 꽃은 자연의 일부라기보다 인공적인 색과 형태로 새롭게 만들어진 조각임을 드러낸다. 풍경에 스며들면서도 선명하게 어긋나는 이 꽃은, 익숙한 자연의 장면을 잠시 낯설게 멈춰 세운다.
최정화, 〈Flower tree〉
최정화, 〈Flower tree〉, 2014, 우레탄폼, 도료, 스테인리스, 80×65×65cm
〈Flower tree〉는 꽃과 나무의 이미지를 결합한 작품이다. 최정화는 익숙한 사물과 대중적인 이미지를 사용해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흔들어 왔으며, 이 작품에서도 인공적인 재료로 생명력 있는 형상을 만들어 낸다.
〈Flower tree〉는 야외의 〈꽃꽂이〉와 함께 보며, 같은 ‘꽃’이 실내와 야외에서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야외에서 풍경 속에 놓인 꽃을 보았다면, 실내에서는 유리 너머 가까운 거리에서 꽃의 형태와 색, 재료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자연 속에서 풍경이 되었던 꽃은 실내로 들어오며 하나의 조형물로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유리 너머의 작은 꽃나무는 풍경이 아니라 하나의 대상으로 다가오며, 우리가 알고 있던 꽃의 형태와 생명감을 다시 살펴보게 한다.
배형경, 〈인간은 태어나서, 살다 죽는다 1〉
배형경, 〈인간은 태어나서, 살다 죽는다 1〉, 2004, 브론즈, 170×65×30cm
배형경의 〈인간은 태어나서, 살다 죽는다 1〉은 인간의 몸을 통해 삶과 존재를 사유하게 하는 조각이다. 작가는 특정 인물의 초상을 재현하기보다, 익명의 인간 형상을 통해 누구나 자신의 삶과 시간을 떠올릴 수 있는 여백을 남긴다.
〈인간은 태어나서, 살다 죽는다 1〉은 실내의 〈Man 2007〉과 함께 보며, 같은 ‘인간’의 형상이 장소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야외에 놓인 인물은 자연과 계절, 빛의 변화 속에서 하나의 풍경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작품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바라보면, 이 인물은 풍경에 섞이면서도 삶과 시간의 무게를 지닌 인간의 형상으로 또렷하게 드러난다. 인물 앞에서 자연은 단순한 배경에 머물지 않고, 한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고 사라지는 시간을 함께 품은 공간이 된다.
배형경, 〈Man 2007〉
배형경, 〈Man 2007〉, 2007, 브론즈, 75×25.3×25.3cm
〈Man 2007〉은 배형경이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인간 형상의 조각이다. 절제된 자세와 단순화된 형태는 특정한 인물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보편적인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가까이에서 바라볼수록 표면과 비례, 몸의 긴장감이 드러난다.
〈Man 2007〉은 야외의 〈인간은 태어나서, 살다 죽는다 1〉과 함께 보며, 같은 ‘인간’의 형상이 장소와 거리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다가오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야외의 인물이 풍경 속에서 멀리 바라보는 존재라면, 실내의 인물은 관람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한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 인물은 하나의 조각이면서도, 우리 앞에 조용히 서 있는 누군가처럼 느껴진다.
작품 앞에 가까이 서면, 관람객은 멀리서 바라보던 ‘인간’이 아니라 눈앞에 놓인 한 존재의 침묵과 마주하게 된다.
양태근, 〈기다림〉
양태근, 〈기다림〉, 2005, 스테인리스 와셔, 알곤용접. 407×470×65cm
양태근의 〈기다림〉은 스테인리스 와셔를 이어 붙여 만든 생명체의 형상이다. 작가는 자연과 생명,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탐구해 왔으며, 차가운 산업 재료를 반복적인 손작업으로 연결해 생명의 형태와 감각을 만들어 낸다.
〈기다림〉은 특정한 동물을 재현한 작품이라기보다, 완전한 형태에 이르지 못한 생명의 상태를 조형화한 작품이다. 작가는 다른 동물 형상의 조각과 달리 이 작품에서 머리를 없앰으로써, 분명한 정체를 가진 동물이 아니라 아직 이름 붙일 수 없는 생명, 혹은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존재의 상태를 드러낸다. 야외에 놓인 이 작품은 주변의 나무와 하늘,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조용히 머무는 존재처럼 보인다. 작품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바라보면, 단단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몸은 멈춰 있으면서도 어딘가를 향해 열려 있는 듯한 긴장감을 전한다.
이 작품은 움직임보다 머무름을 통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생명이 품고 있는 기다림의 시간을 조용히 보여준다.
양태근, 〈축제〉
양태근, 〈축제〉, 2004, 스테인리스 와셔, 알곤용접, 340×350×130cm
양태근의 〈축제〉는 스테인리스 와셔를 용접해 생명체의 형태를 만든 닭 형상의 조각이다. 작가는 자연과 생명,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탐구해 왔으며, 차갑고 단단한 금속 재료를 반복적으로 연결해 움직임과 리듬을 지닌 생명체의 형상으로 변화시킨다. 〈축제〉는 〈기다림〉, 그리고 실내의 〈속삭임〉과 함께 보며, 같은 동물 형상이 장소와 크기에 따라 어떻게 다른 에너지로 다가오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야외 공간에 놓인 〈축제〉는 주변 풍경과 어우러지며 생명력과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작품 주변을 걸으며 바라보면, 반복된 금속의 연결은 단단한 구조로 보이면서도 빛과 시선의 변화 속에서 몸을 흔드는 리듬처럼 느껴진다.
고요한 풍경 안에 활기를 불러오며, 제목처럼 생명의 들뜬 순간을 전한다.
양태근, 〈속삭임〉
양태근, 〈속삭임〉, 2010, 스테인리스 와셔, 알곤용접, 91.5×133×54cm
〈속삭임〉은 스테인리스 와셔를 반복적으로 연결해 만든 오리 형상의 조각이다. 양태근은 자연과 생명,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탐구해 왔으며, 차갑고 단단한 산업 재료를 손작업으로 이어 붙여 생명체의 섬세한 형태와 감각으로 변화시킨다.
〈속삭임〉은 야외의 〈기다림〉, 〈축제〉와 함께 보며, 같은 동물 형상이 장소와 크기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다가오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야외의 동물들이 풍경 속에서 큰 존재감으로 마주한다면, 실내의 〈속삭임〉은 가까운 거리에서 조용히 바라보게 되는 동물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반복된 금속의 구조와 손작업의 흔적이 드러나고, 작은 몸짓은 제목처럼 낮은 소리로 말을 건네는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이 작품은 크기보다 거리의 가까움으로, 동물의 존재를 더 섬세하게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