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이수경
번역된 도자기
이수경(1963–)은 전통적인 소재들을 현대적인 조형 감각으로 해석한 작업을 지속해서 선보여 왔다. 작가는 조각, 설치, 영상, 회화, 드로잉, 퍼포먼스 등의 작품을 통해 전통과 현대, 미술을 통한 치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도자기 파편으로 재구성한 〈번역된 도자기〉, 붉은색 물감인 경면주사로 그린 종교적이며 주술적인 회화인 〈불꽃〉, 화려한 크리스털 샹들리에와 아름다운 우리의 춤이 조화를 이룬 〈내가 너였을 때〉 등의 그의 대표 연작들은 느리고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의식과 무의식 사이, 개인적인 기억과 보편적인 경험 사이를 감각적으로 오가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담고 있다. 서울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공부한 작가는 2007년 일민미술관, 2009년 오라니엔바움 미술관, 2010년 아르코미술관, 2015년 대구미술관, 2015년 아뜰리에 에르메스, 2019년 카포디몬테미술관, 2021년 아트선재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외에도 2006년 《광주비엔날레》, 2008년 《리버풀비엔날레》,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등에 참여하였다.
〈번역된 도자기〉(2006)는 도공의 관점에서 완성품으로서 가치가 없어서 버려진 서로 다른 도자기 파편들이 재조합된 것이다. 작가는 버려진 도자기 조각들을 모아 거기에 금박을 입혀 깨진 흔적을 이어 붙였다. 버려진 것, 쓸모없는 것, 실패한 것, 불완전한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새로운 생명을 지닌 조형물이 되었다. 56점에 달하는 도자기들은 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깨지고 버려진 도자기는 작가에 의해 새롭게 탄생하였다. 일반적으로 번역은 서로 다른 문화의 언어를 언어로 변환하는 행위로 정의된다. 작가는 도자기가 함의한 기능과 외형을 번역하여 자기 작품에 새로운 이야기를 부여한다. 〈번역된 도자기〉는 각자의 삶 안에서 실패, 슬픔, 아픈 상처로 여겨지는 버려진 도자기 조각이 변주되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각기 다른 크기와 형태의 도자기 조각 사이의 틈을 채우려는 작가의 행위는 관람객의 다양한 감정을 편견 없이 펼쳐놓고 삶을 이어가라는 메시지로 읽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