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이건용
신체드로잉 85-2
1970년대 유신 정권 아래, 한국 미술사에서 이벤트, 설치, 영상, 퍼포먼스, 개념미술의 도입과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한국 실험미술의 거장’ 이건용(1942–)은 ‘신체 행위’를 통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1970년대 초에는 〈신체항〉을 중심으로 입체(설치) 작업을 선보였고, 1975년 〈실내측정〉과 〈동일면적〉을 시작으로 〈달팽이 걸음〉, 〈장소의 논리〉 등의 퍼포먼스를 행하였다. 1976년부터 시작한 대표작 〈신체드로잉〉 연작은 캔버스에 어떤 필연적인 논리에 의해서 서술되는 현상을 기록한 것이다. 이 연작은 신체가 평면을 지각해 가는 과정을 화면에 담은 것으로 작가가 계속 탐구해 온 작업이다.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1969년 S.T(Space & Time) 조형미술학회(이하 S.T 그룹)를 조직해 현대미술에 관한 글로 토론하고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한국 아방가르드 협회(Korea Avant-Garde Association, 이하 A.G 그룹)를 결성하는 등 당대의 전위적인 흐름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이건용은 1973년 《파리비엔날레》, 1979년 《상파울루 국제비엔날레》, 2000년 《광주비엔날레》 등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고 1979년 리스본 국제전 대상, 2007년 이인성 미술상 등을 수상하였다. 퍼포먼스의 기록물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회화를 통해 새로운 회화 장르를 탄생시킨 이건용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건용의 아방가르드 정신은 신체, 장소, 관계를 키워드로 그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관통하고 있다.
신체와 세계를 상호 관계항의 차원에서 해석하는 독창적인 행위미술로 한국 실험미술의 폭을 확장해 온 이건용은 1976년부터 행위의 결과로서 회화를 남기는 〈신체드로잉〉 연작을 시작하였다. 초기에는 건빵을 먹는 등의 단순한 행위를 작업으로 선보였던 작가는 신체를 예술의 주요한 매체로 활용하며 신체와 장소, 시간 등을 각각의 관계 항으로서 매개하는 작업을 발전시켜 왔다. 작가는 자신의 행위미술을 ‘이벤트-로지컬’이라고 명명하고 1975년부터 1979년까지 50여 회 이상 활발하게 선보였다. 이는 행위의 시작부터 끝까지 계획적이고 논리성을 지닌 ‘이벤트’로서의 독특한 행위미술로서,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유행했던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해프닝’으로서의 행위미술과 구별된다. 〈신체드로잉 85-2〉는 1985년에 행해진 신체드로잉의 결과물로 한 화면에 두 번의 행위가 결합된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은 화면을 등지고 팔의 회전율을 반복 이용하여 드로잉되었다. 그림이란 행위의 결과라고 여긴 작가는 시각적 차원과 붓이라는 도구에 한정된 전통적 회화의 방식에 의문을 품고 화면의 뒤나 옆에서, 또는 화면과의 새로운 관계 속에서 작가의 신체를 활용한 퍼포먼스의 흔적으로 그림을 그려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