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김창겸
사루비아 다방 1
김창겸(1961–)은 회화, 조소,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실재와 가상 사이의 경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현실과 환영의 영역을 넘나드는 작업으로 주목 받아왔다. 이탈리아 유학 시절 형이상학파의 대표 화가인 조르조 모란디(1890–1964)의 정물화에 큰 영감을 받은 후 ‘죽은 자연’을 의미하는 ‘정물’에서 과거의 기억이 남겨진 채 시간이 정지된 상황을 발견한 작가는 ‘부재의 기억’을 사진과 영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1997년 뒤셀도르프 전시에서 일상의 정물을 이용한 작업을 처음 선보인 이래, 2003년 개인전 《사루비아 다방》을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작가는 오브제와 영상을 결합한 소박한 형식에서 출발하여, 최근에는 2D와 3D 기법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작업 세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김창겸은 직접 제작한 석고 오브제 위에 영상을 투사하여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TV나 어항, 찻잔처럼 일상적인 기물을 실물 그대로 본뜬 석고 오브제와 이를 촬영한 영상을 입체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다. 실물 오브제 위에 그 자신의 영상을 일치시킴으로써, 작품은 실상과 가상이 공존하는 기묘한 지점을 포착해낸다.
〈사루비아 다방 1〉(2003)은 거울, 어항, 꽃다발 모양의 백색 석고 오브제가 작은 방 안에 설치되어 있고 그 위에 영상 이미지가 투사된 작품으로, 거울에 비치는 다방의 공간, 어항의 물고기, 벽에 거꾸로 걸려있는 꽃다발, 테이블보 등이 실재감을 갖는다. 간혹 사람 형상의 검은 그림자가 등장해 거울 앞에 서서 거울에 비친 사람의 모습을 응시하며 지나가곤 하는데 마치 실제의 상황인 것처럼 거울을 바라보며 서 있던 관객은 이때 비로소 거울 속의 모습이 허구임을 인지한다. 거울 속 장면과 거울이 놓인 배경의 불일치, 이 모든 장면과 겉도는 그림자는 이중 삼중으로 중첩되어 실제와 허구라는 서로 공존할 수 없는 개념을 조화롭게 공존시키며 궁극적으로 실재의 진정성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