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정은영
가사들 1, 2, 3
정은영(1974–)은 이화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 영국 리즈대학교 대학원에서 시각예술과 페미니즘을 공부했다. 작가는 〈동두천 프로젝트〉(2007–2009), 〈여성국극 프로젝트〉(2008–현재) 등을 선보이며 미술, 영화, 공연의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여성국극 프로젝트〉는 1950년대 인기를 누렸지만 잊혀간 공연예술 장르인 ‘여성국극’을 둘러싼 연구와 조사, 분석에 기반을 둔 예술 프로젝트이다. 작가에게 여성국극은 성별의 규범과 문화의 동시대성이 어떻게 인식되고 구성되는지를 밝히는 매우 중요한 민족지이다.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여러 지역 근대기에 발견되는 이 ‘여성극장’은 근대국가의 욕망 안에서 발명되고 호명된, 젠더 수행의 견고한 이분법과 전통의 형성과 배제의 역학에 드리운 이데올로기적 관념을 직시하게 한다. 작가는 여성국극이 설명되어 온 기존의 역사 쓰기 방식을 의도적으로 유예시키고 그것을 둘러싼 담론과 기억의 뒷면에 머물고자 한다. 나아가 이 유예된 시간을 공간의 감각으로, 수행이라는 신체의 움직임으로 채워 여성국극의 본질적 정당성을 찾아 회복시키기보다는 보다 변칙적이고 퀴어한 예술 실천의 정치적 힘을 역설하고 있다.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 2018년 《상하이비엔날레》,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 참여했다.
〈가사들 1, 2, 3〉(2013)은 작가가 여성국극의 재현된 어떤 장면들 혹은 재연의 무늬들을 구성한 영상 작품 중의 하나이다. 1950년대 후반은 여성국극의 시대였다. 단체들도 늘고 작품도 다양했다. 1960년대에 TV가 보급되고 영화 제작이 늘면서 쇠락하기 시작하였다. 1948년부터 20여 년, 여성국극은 한국 대중예술계를 가로지른 창조적 술수의 신묘한 횡단선이었다. 그들은 우리 민족의 고대 신화적 서사, 전설, 민담 등으로 극적 구성을 짰고, 배역은 모두 여성이 맡았다. 남장 배우 임춘앵(1923–1975)의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찔렀다. 식민과 전쟁과 폐허와 독재의 시대를 관통하며 낯설고 기이한 날들이 이어졌다. 정은영은 파란만장한 격동기에 펼쳐진 이 극의 다층적이고 다성적인 배우들의 내재율에 주목하였다. 자신의 목소리를 삼킨 뒤 남성의 목울대로 변신해 무대 위아래를 장악한 배우들, 과장된 분신술로 선악을 결판내고 열애를 퍼뜨리는 장면들, 환상과 환영의 판타지로 현실의 이면을 뒤집는 리얼리티는 여성 관객들을 해방구로 이끌었다. 그 중 〈가사들〉은 노배우들이 배역으로 몰입해 들어가는 역할극의 연습과 재현들이다. 재간꾼(삼마이)을 맡았던 한 배우가 1세대의 묘역에서 소리를 하는 〈가사들 1〉, 노배우와 젊은 배우가 남장의 남성 주인공(니마이) 역할을 학습하는 〈가사들 2〉, 그리고 악역 조연(가다끼)의 장면을 연습하는 〈가사들 3〉으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