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김지영
붉은 시간
김지영(1987–)은 국민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를 졸업했다. 작가는 뜻밖의 사고처럼 벌어지는 사회적 사건의 이면에 잠재된 구조적 문제와 그 속에서 드러나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주목해 왔다. 삶의 부조리가 할퀴고 간 개인의 경험이 어떻게 한 사회의 역사가 되는지, 그 연결된 감각을 환기하는 것이 작가의 일관된 관심이다. 회화와 설치 작업을 통해 사회 구조와 개인의 존재 방식 사이의 긴장을 탐구하며 동시대 미술의 비판적 실천을 이어오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작가는 그 사건이 드러낸 세계의 균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재난 이후의 감정적·구조적 잔여물을 조형화하는 것에서 출발한 작업은 이후 점차 구체적 형상에서 멀어지며 추상화된 감각의 층위로 변화하며, 재현을 넘어 시간과 기억을 사유하는 방식으로 작업의 범위가 확장되었다.
심지가 타는 동안 빛을 발하는 초를 태어나 죽음에 이르는 유한한 개개인의 삶으로 바라보고 그려낸 〈붉은 시간〉 연작 중 하나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촛불을 관찰하며 촛불이 가진 다양한 모양과 색, 열감을 포착했다. 촛불의 머리 부분이 확대되어 있어 한눈에 촛불의 형태를 파악할 수 없지만, 해 질 무렵과 해 뜰 무렵의 하늘빛을 떠올리게 하는 붉은 색감과 화면을 가득 채운 무수한 터치들이 만들어낸 적색의 그러데이션을 통해 어떤 열감이 전달된다. 초와 촛불 형상의 직접적인 재현이 아닌 빛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있는 이 작품에서, 소멸과 존재는 서로를 지우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타오른다. 작품은 타오르는 것의 아름다움보다 타오르고 있다는 사실 자체와 마주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