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안규철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읽기
안규철(1955–)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와 독일에서 공부했다. 작가는 1980년대 중반, 사회 문제와 미술계 관행을 다루는 “이야기가 있는 조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실과 발언에서 활동하던 작가는 1990년대 개념적인 오브제와 텍스트 작업으로 나아가, 일상적 사물에 대한 습관화된 개념을 전복하고 보이지 않는 이면의 질서와 모순을 드러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건축적 규모의 설치 미술과 공공미술로 작업의 영역을 확장하며, 일상이 품은 잠재성과 관객과의 만남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의미를 탐구해 왔다. 비판적 사유를 기반으로 동시대 미술의 대안적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읽기〉(2016)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기획된 경기도미술관 기획전 《사월의 동행》에서 선보인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를 사운드 설치 작품으로 전환한 것이다. 《사월의 동행》 당시, 작가는 섣부른 위안과 성급한 치유보다 슬픔을 견디는 방법을 고민하며, 아이들을 위한 읽기를 제안했다. 잠들기 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듯, 이제 여기에 없는 아이들에게 시를 낭독하는 행위를 통해 그 목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슬픔과 고통의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한 방에서는 시를 낭독하고, 다른 방에서는 그 낭독을 감상하는 구조로, 누군가 직접 목소리를 내야만 다른 방의 이들이 시를 들을 수 있었다. 경기도미술관 소장품으로 수집되며 사운드 설치로 전환된 이 작품은 이번 《흐르고 쌓이는》에서 그 목소리를 소환한다. 작품의 지난 목소리와 지금의 관람객이 만나는 그 순간, 언젠가 누군가 용기 내어 건넸던 위로가 오늘의 우리를 보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