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박찬경
어떤 산-백호
회화와 사진을 전공한 박찬경(1965–)은 영화와 다큐멘터리, 사진, 설치 등 다양한 분야를 오가며 작업한다. 냉전과 분단, 새마을운동 등 한국 현대 사회의 정치적 이슈들을 새로운 맥락에서 조명하는 작가는 한국 근현대사의 균열과 대립되는 가치들의 간극을 탐구한다. 2004년 에르메스 미술상을 수상하였으며, 깊은 밤 낚시터를 배경으로 제작한 판타지 단편영화 〈파란만장〉(2010)으로 2011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곰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에 관하여 사진으로 서술한 『독일로 간 사람들-파독 광부와 간호사에 관한 기록』(2003)이 있다. 책을 통하여 작가는 역사적 망각과 무지, 배타적 민족주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어떤 산-백호〉(2008)는 작가의 영상 작품 〈신도안〉(2008)에 등장하는 벽화의 한 장면을 사진으로 포착한 작품이다. ‘새 도읍’이라는 뜻을 지닌 계룡산 일대의 옛 분지 신도안은 수많은 종교 단체가 공존했던 장소로, 작가는 〈신도안〉에서 이곳에 얽힌 민간신앙과 한국적 근대성의 관계를 탐구했다. 백호는 계룡산을 둘러싼 여러 신화 가운데 하나에서 비롯된 존재다. ‘신도안’ 벽화 전체가 아닌 일부만을 잘라 촬영한 이 작품은 백호의 역동적인 모습으로 긴장감을 자아내며, 회화적 질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민간신앙과 무속을 통해 한국의 근대성을 해석한 〈신도안〉의 한 장면으로서, 이 작품은 역사 속에서 잊히거나 주변부로 밀려난 것들을 가시화한다. 기억을 불러오고 다시 기억하려는 작가의 일관된 시선이 여기서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