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박은태
녹색모듈
박은태(1961–)는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며, 1970년대 말 성남 지역 공장에서 프레스 판금 노동자로 일했다.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 속 노동을 주제로 다양한 사회적 풍경을 캔버스에 담아낸다.
〈녹색모듈〉(2021)은 ‘부품의 대가’ 연작 중 하나다. 작가는 거대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정교한 전자제품 기판(PCB)의 회로도에 투영하여, 화려한 소비 체계 대신 그 이면, 생산 단계에서 기계 부품처럼 움직이는 노동자를 주목한다. 기판처럼 기하학적이고 구획된 배경은 효율과 질서를 강조하며, 생산과 소비가 맞물려 돌아가는 사회 시스템을 상징한다. 그 위에 선 노동자는 거대 구조 속 부품과도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기판’은 급격한 기술 환경의 변화 속에서 노동의 조건을 갱신하는 장치이자 배경을 상징한다. 기술 진보가 시스템을 받치는 다층의 노동을 통해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연결과 은폐된 노동 과정을 시각화한다.
작가는 노동 현장을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되, 사진을 그대로 옮기지 않는다.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새가 사람을 보듯이 부감의 시선으로 찍은 원거리 사진에서 희미하게 보이던 노동자의 작업 과정과 표정이 작업의 동기이자 울림이다. 작가는 생산의 주체임에도 결과와 전체 구조에 흡수되어 시스템의 부속품이 된 인간, 그러나 이 거대한 사회를 실제로 움직이는 개별 노동자의 신체를 드러낸다. 작품은 우리에게 이 사회 안에서 노동이 처한 환경과 그 의미를 다시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