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민정기
사람들
민정기(1949–)는 1980년 현실과 발언의 동인이자 대표적인 민중미술 작가이다. 그의 초기 작품은 키치 형식으로 이른바 ‘이발소 그림’을 원용한 것, 그리고 도시적 풍경을 배경으로 한 현실 사회에 대한 발언이 주류를 이루었다. 특히 1980년부터 1995년까지 작가는 에칭, 에쿼틴트, 드라이포인트, 석판 등의 기법으로 판화 작업도 선보였다. 그의 판화 작업은 현실과 발언 내의 판화 소모임 일원으로 활동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경기도 양평으로 이주한 후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의 역사와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하였다.
〈사람들〉(1983–1989)은 민정기의 1980년대 판화 작품을 담은 판화 묶음집이다. 〈개울〉, 〈이른봄 저녁〉, 〈아침 노점에서〉, 〈세수〉, 〈지하철〉, 〈대화〉, 〈과일장수〉, 〈일터를 찾아서〉 등 아연판으로 작업한 11점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별 제목이 암시하듯, 작가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일상을 포착했다. ‘사람들’이라는 제목은 11점의 작품이 묶음집 형태가 되는 과정에서 붙여졌다. 판화는 복제를 전제로 한 매체이다. 특히 에칭과 에쿼틴트는 금속판을 산으로 부식시켜 이미지를 새기는 기법이다. 화학적 변형으로 판을 만들고 같은 이미지를 여러 장 찍어낼 수 있는 판화는 1980년대 급속한 산업화로 대량생산이 일상화되던 한국 사회상을 상징하고 담아내기에 적절한 매체로 읽힌다. 작가는 복잡한 도시 안팎에서 정겹게 웃는 사람들, 정장 차림의 남자들, 과일 장수와 아버지 등의 평범한 순간을 세밀하고 소박하게 그려내어 당시 사회의 풍경을 엮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