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김정헌
이상한 풍경
김정헌(1946–)은 1980년대 초반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하며 농촌과 도시, 남한과 북한, 중심과 주변부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작가는 산업화·자본화 과정에서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의 모순을 색과 면의 대비, 상충하는 표현을 통해 드러냈다. 1980년대에는 민중미술 진영의 작가들과 함께 시대의 긴급한 사안들을 작업에 담고자 했으며, 1990년대에는 변화한 시대 조건 속에서 관람객에게 보다 친숙한 이미지와 서사를 통해 소통의 방식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상한 풍경〉(1999)은 비무장지대(DMZ)라는 긴장된 장소를 다룬다. 작가는 이를 전통적인 비극적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서로 상반되는 감각이 공존하는 풍경으로 표현했다. 화면에는 거리를 두고 서 있는 두 개의 탑에 각각 태극기와 인공기가 걸려 있고, 그 사이로 군사시설물이 보인다. 한편 ‘꿀꺽꿀꺽’, ‘쾅쾅’, ‘꺄’와 같은 만화적 의성어와 의태어가 화면 곳곳에 삽입되고, 단조로운 색채와 형태가 함께 배치되어 무거움과 가벼움, 긴장과 유머가 동시에 작동하는 장면을 형성한다. 이러한 모순적 표현은 비정상적인 분단 현실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 지속되며 점차 익숙한 풍경으로 인식되는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관람객에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해학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가만의 위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