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김정헌
오직 나의 기억 속에서는
김정헌(1946–)은 1980년대 민중미술의 흐름 속에서 소집단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하며, 사회적 현실에 대한 발언을 작업의 중요한 축으로 삼아온 작가이다. 민중미술 내부에서는 1970년대 이후 소비 사회의 도래가 낳은 시각환경(광고, 상품 이미지, 도시 풍경 등)에 주목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김정헌은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 구조가 일상에 스며드는 양상에 관심을 두며 작업에 기업 로고와 기호를 차용하는 방식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오직 나의 기억 속에서는〉(1995)은 ‘경계를 넘어’를 주제로 열린 제1회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된 작품이다. 작품은 민주화의 기억과 동시대 사회 변화의 관계를 성찰하고 있다. 김정헌은 화면에서 군중의 형상 위에 기업 로고와 기호들을 겹쳐 개인의 기억 속에 쌓인 시대의 풍경을 드러낸다. 화면에 등장하는 군중 이미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이미지이고, 그 위에 배치된 대기업 로고들은 민주화 이후 빠르게 확산된 자본주의적 환경을 상징한다. 서로 다른 시대의 이미지를 한 화면에 겹쳐 놓는 이 방식은 사회적 경험이 개인의 기억 속에서 지속적으로 축적되며 충돌하는 상태를 나타낸다. 이 작품과 관련된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드로잉 〈나의 기억엔 이제 쫓는 자와 쫓기는 자도 없다. 다만 재벌들과의…〉(1995)은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예술가가 사회 속에서 어떤 발언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예술적 표현과 사회적 발언이 분리된 영역이 아님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