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김정헌
어쩌다보니 나 너
김정헌(1946–)은 사회 안에서 예술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질문해 온 작가이다. 작가는 산업화 이후 사회가 급격하게 파편화, 개인화되어 온 양상에 문제의식을 두고 작업해 왔다. 1980년대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한 이래, 예술이 동시대의 긴급한 사안을 다루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예술과 마을 네트워크 등 실천을 병행하며 와해되는 공동체 감각의 회복 가능성을 탐색했다.
〈어쩌다보니 나 너〉(2019)와 〈어쩔 수 없이 너 나〉(2019)는 화면을 통해 ‘나’와 ‘너’의 위치가 서로 맞닿아있는 구조를 제시한다. 이때 ‘나’와 ‘너’는 고정된 개별 주체라기보다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존재로 다루어진다. 작가는 두 작품을 통해 ‘나’와 ‘너’가 분리된 주체가 아니라 서로의 삶과 경험 속에서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임을 말하고자 한다. 제목의 ‘어쩌다보니’와 ‘어쩔 수 없이’는 인간이 사회적 조건과 역사적 상황 속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환기하며, 개인의 삶이 이미 다양한 관계망 속에서 형성된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이러한 관점은 작가가 언급한 ‘영매로서의 미술’, 즉 예술을 서로 다른 존재와 경험을 이어주는 매개로 보는 생각과 맞닿아 있으며, 인간과 인간, 개인과 사회, 과거와 현재가 분리되지 않은 채 연결된 세계 속에서 공존한다는 사유를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