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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다공성 계곡, 이동식 구멍들
김아영(1979–)은 국민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런던컬리지 오브 커뮤니케이션 사진학과와 첼시컬리지 오브 아트 순수미술학과를 졸업했다. 한국 근현대사와 석유 정치학, 영토 제국주의, 자본과 정보의 이동, 이주 등 동시대적 이슈를 영상, 퍼포먼스, 설치로 풀어내며, 집요한 자료 수집과 아카이빙 방법론으로 사실과 허구를 교차시키는 중첩적 내러티브 작업을 선보여 왔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본 전시에 참여했고, 2016년 파리 팔레 드 도쿄에서 개인전 《이 배가 우리를 지켜주리라》를 열었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4년 ACC 미래상, 2025년 LG 구겐하임 어워드, 2026년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 등을 수상했다.
〈다공성 계곡, 이동식 구멍들〉(2017)은 ‘다공성 계곡’ 연작의 첫 번째 작품이다. 작가는 땅속 역청을 추출하기 위해 폭파 장치로 지층을 탐사하는 방식에서 착안해, 구멍과 균열로 가득한 지하 공간을 이주의 역사를 담는 장소로 상상했다. 다공성 계곡에 깃든 주인공 페트라 제네트릭스는 고대 페르시아 미트라교에서 비롯된 존재로, 성별도 없이 영겁의 시간 동안 사람들의 염원과 기억을 흡수해 온 초월적 지하 광물이다. 어느 날 폭파로 터전을 잃은 페트라는 이주 센터를 찾아가 적합성 인터뷰와 40일간의 격리를 거치지만, 복제된 계곡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자신마저 복제되어 버린다. 원하는 곳으로 돌아왔으나 또 다른 자신과 마주한 페트라의 세계는 결국 무너진다. 신화적 서사로 빚어낸 이 이야기는 국경과 제도 앞에서 정체성이 분열되는 이주의 현실을 정확하게 겨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