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기슬기
모래를 씹는 순간 01
기슬기(1983–)는 서울예술대학교와 상명대학교에서 사진학을 전공하고 영국 런던 슬레이드 미술 대학원 파인아트미디어 학과를 졸업했다. 작가는 사진을 찍는 주체와 피사체, 보는 주체와 바라봄의 대상의 간극을 다루어 왔다. 작가는 프레이밍과 포착, 인화 등의 프로세스를 부각하여 사진 매체의 특성을 이용하거나, 이를 전복하여 새로운 이미지와 맥락을 만들어낸다. 인화된 사진을 다시 찍는 과정을 반복하여 원본의 이미지를 변형하거나, 사진을 자르고 콜라주하여 이미지를 재구축하는 등 사진 재현의 방식을 확장한다. 누구나 쉽게 이미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오늘날, 작가는 사진의 물질성과 기록성이라는 여러 층위를 탐색하며 독자적인 사진 예술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2016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2018년 서울시립미술관, 2022년 경기도미술관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였고, 2007년 포토스페이스 사진비평상과 2023년 일우사진상을 수상했다.
〈모래를 씹는 순간 01〉(2015)은 아베 코보의 소설 『모래의 여자』에서 영감을 받은 〈모래를 씹는 순간〉 연작 중 하나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작품은 입안에서 서걱거리는 모래의 이물감 같은 ‘불편한 감각’을 시각화한다. 작가는 여러 개인을 인터뷰하여 그들이 느끼는 불안함이나 위기의 순간을 수집하고 그 압축된 감정을 은유적인 장면으로 연출하여 포착했다. 〈모래를 씹는 순간 01〉은 못이 촘촘히 박힌 스티로폼 위에서 잔뜩 웅크린 채 긴장감을 자아내는 두 발이 담겨 있다. 타인이 겪은 불안은 작가의 연출을 거쳐 추상적이고 서늘한 이미지가 되고, 관람객은 그 이미지 앞에서 각자의 기억과 감각으로 각자의 ‘그 순간’을 다시금 경험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