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권혜원
급진적 식물학
권혜원(1975–)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학교 슬레이드 미술대학에서 파인아트–미디어 석사 학위를, 영국 레딩대학교 예술대학에서 미디어아트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작가는 특정한 사건이나 기억이 퇴적된 장소를 집요하게 탐구하며, 그 과정에서 수집한 파편들을 영상 언어와 공간 설치로 재구성한다. 상상과 사실이 뒤섞이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리서치의 여정 속에서, 작가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관계를 묻고 그 틈에 존재했지만 기록되지 않은 공간과 시간을 가시화한다. 2019년 제19회 송은미술대상을 수상하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 등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며 작품을 소개해 왔다.
〈급진적 식물학〉(2021)은 식물학자가 식물이 되어버린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식물을 ‘관찰'하는 식물학자가 식물이 ‘된다’는 것은 대상을 향한 인간의 시선이 아닌, 대상과 함께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작가는 식물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한 ‘기구’를 매개로 새로운 관찰의 방법론을 제안한다. 눈에 식물을 비추고 자신과 식물이 동시에 보이는 특정한 각도를 찾는 것, 대상과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식물이 나를 보듯 내가 식물을 바라보는 것이 그 방법이다. ‘급진적 식물학’ 이론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관계를 맺기 위한 ‘바라보기’에서 ‘되기’로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이 전환은 인간이 축적해 온 지식과 관찰의 방식이 과연 다른 존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지를 되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알기 위해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기 위해 바라보는 것 — 그것이 작가가 제안하는 새로운 관계 맺기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