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공성훈
벽제의 밤-개
공성훈(1965–2021)은 풍경을 통해 사회와 인간에 대한 고찰을 담은 회화 작업을 한 작가이다. 작가는 1990년대 초에는 다양한 매체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인천 지역 기반의 ‘수렴과 발산’ 창립 동인으로 활동했고, 개념적인 설치미술, 사진, 수제 슬라이드 프로젝터를 활용한 영상, 회화 등 다양한 매체와 형식을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였다. 1992년 《젊은모색 ‘92》, 1993년 《로고스와 파토스》, 1995년 《뼈: 아메리칸 스탠다드》, 1995년 《싹》(1995) 등 실험적인 경향의 전시에 참여했다. 작가는 1990년대 후반부터 회화를 주 매체로 작업하였는데, 익숙한 일상의 풍경을 낯설게 재구성하며 심리적 긴장감과 시대의 불안을 밀도 있게 담았다. 2002년 제4회 《광주비엔날레》, 2006년 제3회 《부산비엔날레》 등 국내외 다수 전시에 참여했으며,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년 제19회 이인성미술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경기도 고양시 벽제동으로 이사한 이후 집 주변의 개, 화장터, 모텔 풍경, 석조물 등을 사진으로 찍고 이를 재구성하여 ‘벽제의 밤’ 연작을 그렸다. 작가에게 회화는 삶과 밀착한 감각을 드러내고 대상을 보다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는 매체였다. 〈벽제의 밤-개〉(2003)는 ‘벽제의 밤’ 연작에서 자주 다뤄진 밤의 풍경, 개의 번뜩이는 눈 등이 한데 나타난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가가 마주한 벽제의 늦은 밤 풍경은 낮의 그것과 다른, 도시의 모순이 민낯을 드러내는 이중적인 풍경이었다. 작가가 담은 ‘벽제의 밤’ 풍경은 자동차 헤드라이트, 가로등 등 인공의 빛에 의해 빨강, 파랑, 초록 등의 색채로 표현되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려 사진을 찍은 것 같은 빛과 어둠의 극적인 대비, 흔들린 듯한 피사체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벽제의 밤-개〉에는 목줄이 매인 개의 모습이 담겨 있다. 어둡고 짙은 붉은 색채로 표현된 밤 풍경 속 개는 플래시에 잡힌 듯 붉은 눈을 번뜩이며 화면 밖 관람객을 응시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