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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금
동아일보 사설(2007.01.12.A36.A35)
고산금(1966–)은 이화여자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작가는 텍스트를 이미지로 바꾸는 시각 번역 작업을 한다. 소설, 시, 법전 등 인문·사회 텍스트를 독자적인 규칙으로 해석하고 인공 진주로 치환해 패널 위에 미니멀하게 배열함으로써 언어의 의미론적 기능을 지우고 시각적 조형성만을 남긴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사유하고 표현했던 번역의 경험, 그리고 유학 시절 실명을 겪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마주한 아른거리는 세상의 모습이 이 작업의 출발점이 되었다. 수십 번의 칠 공정을 마친 패널 위에 수만 개의 진주를 손수 배치하는 반복적 수공 과정을 통해 사회적으로 규정된 언어는 의미론적 맥락을 벗어나 중립적이고 순수한 시각 언어로 거듭나며, 특정 국가나 민족의 경계를 넘어 텍스트 원전에 대한 작가의 경외감을 담아낸다. 작품 앞에 서면 글자로 존재할 때는 보이지 않던 간격과 리듬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성곡미술관, C5 아트 베이징, 카를로 빌로티 미술관 등 국내외 다양한 전시에 참여해 왔다.
〈동아일보 사설(2007.01.12.A36.A35)〉은 2007년 1월 12일자 동아일보 사설을 발췌하여 기사가 실린 지면을 진주알로 대체해 만든 작품이다. 사설의 내용은 북한 핵과 정치, 기러기 아빠를 양산하는 현대의 가족, 한국의 교육 실정, 강장제 광고 등 2007년 당시 한국 사회의 일면을 담고 있다. 작가는 사실을 전달하는 듯하면서도 특정한 방식으로 읽히도록 구성된 언어의 양면성을, 읽히지 않는 대신 보이는 언어로 — 의미를 감추면서 동시에 새로운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시각 언어로 재탄생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