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이불
무제
이불(1964–)은 1990년대부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작가는 퍼포먼스, 조각, 설치, 회화,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자신의 이야기와 사회를 비판하는 전위적인 작업을 해왔다. 초기에는 자신의 몸으로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했고, 1994년부터 ‘부드러운 조각’이라 불리는 대형 풍선 작업 등에서 문화정체성과 여성성의 문제를 다루었다. 1997년 이후에는 ‘사이보그’를 주제로 인간의 몸과 기술, 여성과 첨단기술의 관계를 탐구했다. 이때부터 주로 오브제와 설치 작업을 선보였고, 점차 부드러운 조각과 딱딱한 조각을 통해 기존의 페미니즘을 넘어서는 여성성을 보여주었다. 2005년 이후에는 모더니즘이 꿈꾸던 ‘유토피아’를 주제로 작업했으며, 작품의 규모도 점점 커졌다. 이불의 작품은 삶과 죽음, 추함과 아름다움, 세속과 신성, 실재와 꿈이 무수히 교차하는 세계에서 그 경계를 탐구한다. 홍익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한 작가는 1997년 뉴욕 현대미술관, 2002년 뉴뮤지엄, 2007–2008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2012년 모리미술관, 2014–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또한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관 및 하랄드 제만이 기획한 전시에 동시에 참여해 특별상을 받았으며 2014년 《광주비엔날레》 ‘눈(noon) 예술상’을 수상하였다.
〈무제〉(2008)는 작가가 자주 사용하는 거울을 이용한 작품이다. 작품은 ‘미장아빔(Mise en abyme)’, 즉 거울이 서로를 비추며 이미지가 무한히 반복되는 구조이다. 조명 앞에 놓인 기계적 구조물이 거울에 끝없이 반사되며 몽환적인 공간을 만든다. 미래 도시를 연상시키는 이 인공적 공간에서 관람객은 초현실적인 경험을 마주한다. 관람객은 거울 속 미로에서 출구를 찾고, 조각나고 왜곡된 자신의 모습을 본다. 이 과정에서 원본과 복제의 경계, 불확실성을 경험한다. 작가는 인류의 자유와 해방을 꿈꾸던 유토피아에 대한 집단적 열망과 실패를 이 작품에 담았다. 파편화되고 불완전한 공간 속 이미지는 유토피아 혹은 이상적인 완벽함에 대한 헛된 열망과 그 실체를 드러낸다. 거울 미로는 디스토피아처럼 보이지만, 이는 유토피아에 대한 꿈에서 비롯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