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이불
무제
이불(1964-)은 대중문화와 역사, 미래, 테크놀로지, 페미니즘 등 다양한 모티브를 파격적인 설치와 퍼포먼스, 드로잉 등으로 선보인다. 그의 초기 작업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과 편견을 타파하는 도발에 집중되었는데, 특히 1997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인 〈화엄〉은 생선에 스팽글과 비즈 장식을 꿰매어 여성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다룬 작품으로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미술관에 의해 강제 철거된 후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1998년 휴고보스상의 최종 후보로 선정되고,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현대미술작가로 확고히 자리매김하였다. 거울, 크리스털, 실리콘, 파이버 글래스, LED 등 다채로운 소재를 이용하여 매체 실험을 거듭하면서 20세기의 역사와 문학, 철학, 공상과학 소설의 다양한 레퍼런스와 결합한 작업 속에 날카로운 사회비판과 역사의식, 유토피아니즘과 인간에 대한 성찰을 담는다.
〈무제〉(2008)는 양면 거울을 마주 대어 빛을 끝없이 반사시킴으로써 시공간의 무한한 확장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조명 안에 놓인 기계적 형상의 구조물이 무제한으로 자가 증식하여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몽환적인 통로 속으로 관객의 시선을 이끈다. 바닥없는 심연(Abyme)을 연출하는 이른 바 ‘미장아빔(Mise en abyme)’의 구조를 갖는 이 작품은 미래 도시를 연상시키는 인공적이고 건축적인 공간 속에서 원본과 복제의 경계를 환기하며 자아 성찰의 계기를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