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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희
경기도미술관에서 만나자…
권남희(1971-)는 삶에서 발견한 소소한 것들을 작가 특유의 개념적이고 시적인 정서로 작품에 담아내왔다. “나의 작업은 시각예술과 언어를 사용하는 문학 사이 어느 지점에 위치한다.”고 하는 작가는 문자 형식을 갖춘 일상적 사물을 미술의 문맥 속으로 끌어들이길 즐긴다. 이는 교통 표지판, 영화티켓, 안내문과 같은 ‘발견된 사물들’이나 일상에서 접하게 되는 기호와 문구들로, 작가에 의해서 선택된 공간에서 전시된다. 여기서 등장하는 기호와 문구들은 작가의 경험과 기억인 동시에 관람자에게는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어떠한 작품이든 ‘침묵’과 ‘비움’을 통해 고독과 연민, 슬픔과 위안, 자비 등의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환기하게 시켜 평범한 일상도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권남희가 관람자와 소통하는 수단은 시각, 지각, 그리고 '텍스트'이자 '언어'이다. 작가에 의해 발견되고, 수정되고, 전환된 존재들 앞에서 관객들은 어리둥절하거나, 곤혹스러워하거나 공감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강릉대학교 학부, 홍익대학교 대학원과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대학원에서 공부한 권남희는 아마도예술공간(2020)에서 열린 개인전을 비롯하여 다양한 국내외 단체전과 레지던시에 참여해왔다.
권남희는 미술의 개념과 효용성에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개념적인 작품들을 계속해서 발표해왔는데 이 작품들은 주로 도로표지판을 응용한 것이나 사인보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술관 옥상 외벽에 자리한 〈경기도미술관에서 만나자〉(2010)는 경기도미술관이라는 특정한 장소에서 작가가 제시한 특정의 메시지를 통해 관람객이 다양한 상상을 하도록 이루어진 ‘장소-특정적(site-specific)'작업이다. 이 문구를 통해 작품이 있는 곳의 바깥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특정한 공간 너머의 장소와 그 곳에서 나누게 되는 수많은 이야기를 상상해보게 된다. 이 작품은 ’장소적 특성‘이 반영된 작품으로 생활 속의 공간이면서도 특수성을 가진 ‘미술관’에 대한 저마다의 기억이 담겨있다. '경기도미술관에서 만나자'라는 문구는 공동의 여러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매개체이자 작가가 관람객에게 건네는 소통의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