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왕광현
이동되어진 공간-섬(嶋)
오랜 시간 ‘자연’과 ‘나’ 사이의 관계성을 탐구해 온 왕광현(1969-)은 세상을 투영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을 담아 조각 작업을 한다. 작품의 주재료인 자연석은 자연을, 스테인리스 스틸은 문명을 의미한다. 작가는 작품에는 반드시 개념과 철학이 담겨야 하지만 그 개념과 철학이 반드시 계몽적일 필요는 없으며, 동시대 사람들이 재미와 흥미를 느끼는 경향을 반영하는 것도 예술에서의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작가이다. 왕광현은 서울시립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환경조각을 공부하였다. 그는 예술작품의 목적의식과 공공조형물에 대한 소명의식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조각가로 주요한 공공미술 작품의 제작에도 참여해 왔다.
〈이동되어진 공간 - 섬(嶋)〉(2007)은 자연석을 절단하여 그 표면에 슈퍼 미러 스테인리스 스틸을 부착한 것으로 경기도미술관 수변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돌은 시간이 축적되며 쌓인 풍파(風波)를 거치며 순응의 형상을 취하고 있는 자연의 응집물이다. 작가는 돌의 속내를 끄집어내기 위해 그것을 둘로 갈라놓고 갈라진 면에 스테인리스 스틸을 부착한다. 그리고 스테인리스를 갈라진 돌의 표면에 부착하고 타원의 굴곡에 맞게 스테인리스를 다듬는다. 절단된 ‘돌’의 단면은 단지 석질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돌의 내부가 ‘자연’ 그 자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인간과 자연, 문명이 결코 떨어진 관계가 아님을 보여주며 그 안에 자연의 모든 풍경이 있다는 역설을 드러내기 위해 작가는 거울의 효과를 이용하였고 실제로 자연석이 절단되어 얻어진 평평한 면은 거울과 결합되어 변화무쌍한 풍경을 보여준다. 이는 하늘과 땅, 감상자의 얼굴을 동시에 비추는 열린 개념을 시도한 것으로 작품의 소재인 돌이 자연의 주체이며 그 속에 생명의 씨알을 포태하고 있음을 증언하는 것이다. 왕광현은 이러한 작업을 통해 돌의 내부가 무생물적이고 딱딱한 덩어리라는 고정된 생각을 벗어던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