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미셸 뒤포르
바람을 위한 병풍
프랑스 출신인 미셸 뒤포르(1943-)는 1960-1970년대에 전개된 ‘쉬포르/쉬르파스(Suppors/Surfaces)’ 운동에 참여하면서 회화를 어떻게 다르게 해석할 것인지를 고민해왔다. ‘쉬포르/쉬르파스’는 파리에 집중된 미술 경향에 반발해 프랑스 남부 지역의 작가들이 주축이 되어 회화를 해체하고, 물질 자체를 강조하며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한 미술운동이다. 이 그룹에 속한 작가들은 기존 회화의 질서를 상징하는 캔버스를 포기하면서도 회화가 가능한지를 탐구했다. 실제로 회화인지 조각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미셸 뒤포르의 미니멀한 작품에는 캔버스가 없다. 그의 작품은 그림이 조각으로 바뀐 것처럼 보이는데 그의 부조 작품은 그림자와 색상, 색상 간의 반사 효과로 인하여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움직이면서 작품을 감상하면 주변의 빛과 그림자에 의해 변조되는 다양한 색조를 관찰할 수 있으며 관람객은 ‘회화의 모험’을 하듯 그의 작품을 경험하게 된다. 미셸 뒤포르가 작품으로 보여주며 던지는 회화의 본질에 대한 질문은 프랑스 추상 미술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바람을 위한 병풍〉(2017)은 ‘병풍’ 형식의 작품으로 한국의 전통 병풍을 암시하는 동시에 불어의 ‘화면(Paravent)’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바람과의 관계성까지도 암시하며 설치된 곳의 장소성을 반영한다. 한국에서 병풍은 가림막으로 공간을 분할하기도 하고, 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주기도 한다. 프랑스의 북부 해변에도 바람이 많이 불어서 병풍을 놓는데 바람 때문에 병풍에 구멍을 뚫는다고 한다. 작가는 그 아이디어를 작품에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