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경기도미술관-가오슝미술관 교류 주제전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 2020. 07. 14
경기도미술관-가오슝미술관 교류전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 Moving & Migration》 개최
《시점時點·시점視點_1980년대 소집단 미술운동 아카이브》 개막
‘이주’(Moving & Migration)라는 공통 주제어로 양국의 근현대사를 구성하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쟁점을 다양한 시각예술 작품으로 선보여
‘그들’의 이주를 ‘우리’스스로의 상황으로 전환하며 결국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찾으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
주제전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다중의 이질성을 포용하는 감각 익히기를 제안
2019년 7월 11일부터 10월 13일까지 경기도미술관에서 전시
□ 경기도미술관은 오는 7월 11일(목)부터 10월 13일(일)까지 2019 경기도미술관-가오슝미술관 교류 주제전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 Moving & Migration》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경기도미술관이 해외 기관과의 협업으로 매년 개최해온 국제전의 일환으로, 2019년에는 대만 가오슝미술관과‘이주’ (Moving & Migration)라는 공통 주제어를 기반으로 공동기획하였다. br />
□ 대만 가오슝미술관에서 1차 전시 개최(2019.2.23.~5.19.) 이후, 경기도미술관에서<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라는 제목으로 여는 두 번째 전시이다.‘이주’라는 주제어를 놓고 한국과 대만에서 고민하고 공유해왔던 내용을 열 아홉명 예술가들의 작업을 통해 밀도 있는 전시로 선보인다. 양국에서 초청된 작가들은 30대 중반부터 50대 후반에 이르는 다양한 이력의 예술가로, 사진, 조각, 영상, 설치 등 1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 경기도미술관에서 바라본 ‘이주’(Moving & Migration)라는 공통 주제어는 1980년대부터 본격화된 이주노동, 결혼이주, 그리고 난민 수용을 둘러싼 전국민적 논의 등 한국의 시대적 현실과 이주에 엮인 다양한 현상에 기반한다. 한국과 대만 19팀의 작가들은 스스로가 이주민이자 관찰자로서, 이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재생산하는 감상적 진단, 피상적인 조명을 경계하고, 오늘날 다양한 이주의 상황들에 대한 다층적인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 전쟁과 분단, 재개발로 인한 타율적 이주에서부터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능동적인 행위로서의 이주를 상상하며, 이주의 단면과 개별 존재의 특이성에 주목한다. 신자유주의 경제 속에서 소외된 면면을 들여다보면서 인간의 이주는 물론, 식물과 물질의 이주도 함께 다룬다.
□ 전시 제목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는 한국에서 이주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김현미 교수의 저서 제목으로, 저자의 동의를 얻어 인용하였다. 전시는 책의 재현이 아니다. 그러나, 불안의 이미지로 각인된‘그들’의 이주를 ‘우리’스스로의 상황으로 전환하며 결국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찾으려는 동일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경기도미술관이 주요한 이슈를 생산하는 공론장으로서 의미있는 질문을 지역사회와 공유하기를 바라며, 주제전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다중의 이질성을 포용하는 감각 익히기를 제안한다.
□ 경기도미술관은 2019년 ‘아시아현대미술프로젝트’ 국가로 대만을 지정하고, 일제 식민지배라는 역사적 경험, 다문화사회로 향하는 갈등과 공존의 노력, 독재와 민주화, 국가주도 산업화 등 한국과 유사한 역사 체험을 갖고 있지만 타 인접국가들 보다 상대적으로 이해가 부족한 대만과의 다양한 교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전 시 명 | 2019 경기도미술관-가오슝미술관 교류 주제전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 Moving & Migration》 |
개 막 식 | 2019년 7월 11일(목), 오후 4시, 경기도미술관 로비 |
전시기간 | 2019년 7월 11일(목) ~ 10월 13일(일) |
전시장소 | 경기도미술관 2층 기획전시실 (안산시 단원구 동산로 268 화랑유원지내) |
관람시간 | 오전 10시 오후 6시 (7-8월 오후 7시 종료) 종료시간 1시간 전 입장마감 매주 월요일, 추석 당일 휴관 |
관 람 료 | 무료 |
관람문의 | 031-481-7000 / gmoma.ggcf.kr |
전시작품 | 사진, 조각, 영상, 설치 등 100여점 |
참여소집단 | 김옥선, 나현, 닐스 클라우스&이우도, 믹스라이스, 선무, 안유리, 이문주, 이우성, 정재철(한국, 9명(팀)) 안성훼이, 가오쥔훙, 허우수쯔, 쉬수전 & 루졘밍, 린제원, 루위뤠이, 선자오량, 토마소 무찌, 야오 루이중, 윤수정 (대만 10명(팀)) |
큐레이터 | 김윤서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한국) 우샹린 (독립큐레이터, 대만) |
주 최 | 경기문화재단 |
주 관 | 경기도미술관, 가오슝미술관 |
협 찬 | 삼화페인트공업(주) |
2. 주요 작품 이미지
이문주, 크루즈, 캔버스에 아크릴, 195.3×363.6cm, 2019
김옥선, 가오슝 포트레이트_125sst, 디지털-C프린트, 125x100cm, 2019 가오슝미술관 및 경기도미술관 커미션
안유리, 포촘킨 스터디 2. 베를린에서 도문까지: 물뿌리로 가는 길, 단채널 비디오, 11분 35초, 2019, 경기도미술관 커미션
야오 루이중, 만세, 단채널비디오, 5분30초, 2011
이우성, 내일이 아닌, 오늘을 위한 노래, 패브릭에 블랙젯소, 각 210x210cm(3점), 2017
안성훼이, 꿈 속에서, 스티로폼포장재, 600x600x400(h)cm, 2012
선무, 수학려행, 캔버스에 오일, 193x130cm, 2009
닐스 클라우스 & 이우도, 인플럭스, 단채널비디오, 10분 58초, 2019, 경기도미술관커미션
선자오량, 스테이지 시리즈, 라이트젯 C-프린트, 2008-2014
쉬수전 & 루졘밍, 망명하는 씨앗, 디지털 프린트, 110x80cm, 2013-2014, 가오슝미술관 소장품
3. 주요 작품 및 참여 소그룹 설명
이문주 LEE Moon Joo
이문주는 1994년부터 폐허가 된 도시의 재개발지역을 답사하고 그 풍경을 그려왔다. 작가는 철거와 재개발의 과정을 근거리에서 마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소의 사회적 맥락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작가가 집과 골목, 공터, 건설현장에서 포착한 이주의 이미지는 표면적으로는 특정장소에 대한 관찰에 기반한 것이지만, 작가가 해당 장소를 선택하고 그리는 이유는 구체적인 사실의 재현을 넘어서 전지구적 현상을 기록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위해 특정 장면을 과장하거나 파편화하는 등 여러 시공간의 이미지를 이어 붙여 다시점 장면을 만들기도 한다. 작가가“거리를 둔 관찰자”로서 환경과 대면하며 이미지를 끊임없이 찾아가고 기록하는 과정은 문제적 현장에 뛰어드는 활동가의 실천적 개입과는 또 다른 실천으로, 회화의 매체적 특성과 더불어 회화의 가능성을 말한다.
김옥선 KIM Oksun
김옥선은 1996년부터 국제결혼 부부, 난민들, 야자나무와 같은 이주식물을 주제로한 사진 작업을 이어왔다. 외래종인 야자나무과의 종려나무가 제주의 관문인 제주공항 일대에서부터 제주 전지역에 걸쳐 가정집 마당에까지 뿌리내린 풍경에 주목한 작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나무와 식물을 작가 특유의 인물 촬영 방식과 동일하게 기록해왔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경기도미술관과 가오슝미술관 교류전을 계기로 가오슝에 머물며 진행한 신작 <가오슝 포트레이트>를 선보인다. 이는 대만인과 결혼한 상호문화 부부들의 2세 청소년 인물 촬영으로, 최대한 표준화된 프레임과 피사체와의 조율된 거리감은 존재의 다양성과 평범한 진실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안유리 AN Yuri
2016년 이래, 코리안 디아스포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안유리는 지난 몇 년 간 이동하는 삶을 살면서 현존하는 장소와 사라진 말들에 관심을 가져왔다. 작가는 포촘킨 시리즈를 통해 도시 속에 자리한 상이한 두 장소를 읽고, 분단과 냉전의 기억을 가진 두 개의 도시를 공통의 서사를 통해 조망한다. <포촘킨스터디1>이 한 도시 속 두 개의 장소-종묘와 대림동-를 통해 서울을 읽는 시도 였다면, 경기도미술관 커미션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포촘킨스터디2>는 분단과 냉전의 기억을 가진 두 개의 도시-독일의 베를린, 중국의 도문-를 공통의 서사를 통해 조망한다. “물줄기를 가둘 수는 없어도, 강을 사이로 이념이 충돌하고 공포가 넘나든다. 이것은 분단의 상흔과 애수의 장소로서 두 도시에 관한 이야기 아니다. 누군가의 과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현재인 것처럼, 선형적 시간 속에서 길을 잃은 도시의 이야기이다. 그곳의 다리는 끊겼으나, 강은 여전히 흐른다.”라는 작가의 말은 인간이 헤아릴 수 없는 물뿌리와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야오 루이중 姚瑞中 Yao Juichung
야오 루이중은 사진, 영상, 조각, 영화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대만의 정치사회적 변화 속에서 역사적 풍경과 개인의 정체성을 탐구해왔다. 대만의 특수한 역사 이면에 이데올로기와 부조리를 드러내온 작가는 역사와 맞물린 거대서사를 개인의 시각에서 작가 고유한 방식으로 재창조한다. 영상은 각각 1911년 중국의 민주주의 혁명인 ‘신해혁명’과 1970년 대만의 독립을 목표로 한 ‘타이위안 사건’을 다룬다. <만세>는 신해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며 제작한 작업으로 폐허에서 끊임없이 “만세”를 외치는 장면의 반복은 독재의 반복성과 억압을 풍자하며, 통제에 반발하는 작가의 의지를 드러낸다. 영상과 함께 전시된 흑백 폐허 사진과 만세를 외치는 박제된 인물의 미니어처는 대만 근현대사의 그늘을 보여준다.
이우성 LEE Woosung
이우성 작가의 천그림은 그림이 존재하고 보여지는 방식에서부터 손쉬운 이동을 전제로 한다. 홑이불처럼 접었다 펼 수 있고 허공에 걸 수도 있는 천그림은 반드시 그림이 걸릴 ‘벽’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물리적 공간의 크기와 한계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다. <분홍산수>는 원거리의 시선에서 조망한 서울의 풍경으로, 거대한 산세는 이 사회의 작고 다양한 개별 존재들이 모여 만들어낸 도시를 감싸 안고 있다. <내일이 아닌, 오늘을 위한 노래>에 등장하는 12명 각 사람들은 여러 세대와 다양한 개인의 모습을 드러낸다. 바람이 부는 방향을 향해 나란히 선 사람들이 부르는 노랫말에는 함께 사는 오늘에 대한 소망이 담겨있다.
안성훼이 安聖惠 Eleng LuLuan
재료의 물성을 기반으로 대형 설치를 이어온 작가는 이질적인 소재의 결합으로 몸과 기억 사이의 관계와 분리를 표현해왔다. 작가는 대만 소수민족이 모여사는 마을 쥬하오차(舊好茶) 출신으로, 그의 작업은 2009년 태풍 피해로 집을 잃고 대만 동해안 지역을 전전하며 거처를 옮겨 살아야 했던 작가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다. 작가는 태풍으로 모든 것을 잃고 끊임없이 거처를 이동해야 했던 경험 이후에, 물에 떠내려온 나무조각에서부터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들로 설치 작업을 진행해왔다. 날 것의 재료로 따뜻하고 생명력있는 작업을 이어온 작가는 역으로 현대사회의 산물인 플라스틱 포장재를 주재료로 한 설치를 선보인다. 대형 설치작 ‘꿈과 꿈 사이에’는 나일론줄, 포장재를 사용해 따뜻한 엄마의 몸을 연상시키는 백색의 공간을 직조해낸다. 오늘날 지천에 널린 플라스틱 재료로 지어낸 설치작업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의 변화에 직면했을 때의 심상과 불완전한 거처를 시각화한다.
선무 Sun Mu
선무(線-ウ), 말그대로 ‘선 없음’, ‘경계 없음’을 의미하는 작가의 예명이다. 북한에서 미술을 전공한 선무는 1997년 탈북해 남한에서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북한의 선전 포스터와 같은 형식 이면에는 집단주의와 독재에 대한 비판, 자유, 그리고 평화를 향한 메시지가 있다. 극한의 이주를 경험한 선무의 그림은 단순히 남북한의 이야기, 탈북민으로서의 삶에 대한 것이 아니라 분단과 냉전, 이산으로 점철된 한반도와 세계 정치의 모순을 그대로 형상화한다. 그가 개별 작업 또는 전시의 제목으로 주로 사용하는 “우리는 행복합니다”, “세상에 부럼없어라” 등의 표현 역시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행복한 세상에 대한 소망과 그렇지 못한 현실에 대한 비판을 역설적으로 함축한다.
닐스 클라우스 & 이우도 Nils Clauss & Udo Lee
<인플럭스>는 제주도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재진과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해온 두수미 커플의 제주 생활을 기반으로, 소통의 어려움을 제거하는 효험이 있는 한약을 개발하기 까지의 이야기다. 영상은 각 이주민의 다양성을 존중하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한국화하는데 몰두해온 한국의 멀티컬쳐럴리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다큐멘터리 형식에 허구적 요소를 더한 영상언어에는 작가 특유의 위트와 통찰력이 녹아있다.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한 작가들 역시 독일에서부터 한국으로 이주해 가정을 꾸린 이들로, “다문화”로 불리는 정책 변화에 대한 요구와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함께 사는 사회를 향한 작가의 오랜 바람이 담겨있다.
쉬수전 & 루졘밍 許淑真 & 盧建銘 Hsu Su-Chen & Lu Chien-Ming
쉬주전과 루젠밍 부부가 함께 작업한 <망명하는 씨앗> 작업의 전신은 2008년 그들이 호주 멜버른의 왕립식물원에서 머문 기간 동안 진행한 ‘멜버른 지역사회 텃밭 프로젝트’이다. 이들은 다양한 고향을 가진 사람들과 국제 난민이 공존하고 있는 멜버른 지역에서 ‘역경 속의 식물 – 대만’이라는 주제로 식물 채집 작업을 진행했다. 이는 작가가 호주에서 자라고 있는 대만 토종 식물을 멜버른의 여러 지역사회의 텃밭으로 직접 가지고가 현지 주민들과 표본, 스케치를 교환했던 과정 전반을 포함한다. 대만 원주민의 생활과 건축 양식을 연구하는 건축가이기도 한 루젠밍은 경기도미술관과 가오슝미술관 교류전을 계기로 경기창작센터에 머물며 안산 대부도에서 얻은 재료로 새로운 설치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선자오량 沈昭良 Shen Chao-Liang
스테이지 연작은 작가가 2008년부터 2014년 사이에 담아낸 유랑의 풍경이다. 작가는 한때 신문사 소속 사진기자로 일하면서 퇴근 후 야간에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대만 특유의 전통과 현대문화의 단면을 기록해왔다. 사진마다 보이는 어떤 화려한 무대는 1970년대부터 대만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이동식 무대이다. 이는 대형 화물차를 개조해 만든 것으로, 유랑극단처럼 대만 전역을 다니며 서민을 위해 선보이는 거리 무대이다. 오늘날에도 개인사업자들이 운영하고 있으며 구도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식당, 결혼식, 마을축제 등 이용자의 목적과 행사의 성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되는 만능 무대이기도 하다. 경기도미술관 전시장에 횡으로 이어 전시된 9점의 무대 사진은 대만 특유의 도시 문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동하고, 정차하고, 시선을 잡아끄는 현란함으로 오히려 쓸쓸한 심상을 부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