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양정욱
노인이 많은 병원 302호: 기억하는 사람
양정욱(1982-)은 일상을 자세히 관찰해 삶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면모들을 사유하며 이를 형태와 움직임으로 구현하여 소소한 깨달음을 공유한다. 작가의 작업은 이야기를 수집하고 구상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일상에서 쉽게 지나쳐 버리기 쉬운 순간을 포착하거나 혹은 종업원, 안내원, 경비원처럼 우리에게 필요하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이들의 직업을 관찰하며 이야기를 구상한다. 그 이야기들은 나무로 만든 추상적 구조물과 전동장치를 동력으로 한 기계적인 움직임, 역학 운동의 리듬 등으로 형상화된다. 작품에서 사용된 목재는 대개 자연스러운 무늬와 휘어짐을 가진 오래된 나무이며, 그 움직임은 거창하고 매끄러운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정밀하고 반복적인 운동과 삐거덕거리는 움직임으로 묘사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각각 “서서 일하는 사람”, “그는 선이 긴 유선전화기로 한참을 설명했다”, “너와 나의 마음은 누군가의 생각”, “날벌레가 알려준 균형 전문가의 길”과 같이 시적인 제목으로 그 서사성이 강화된다. 평범했던 일상의 순간들은 작가의 섬세한 감수성을 통해 타인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인간적인 감정으로 전해진다.
〈노인이 많은 병원 302호: 기억하는 사람〉(2015)은 작가가 노인들이 많은 병원의 병실에서 늙은 환자들의 모습을 소재로 힘겹게 먹거나 침침한 눈으로 보거나 기억을 떠올리려 노력하는 등의 특징으로 표현한 ′노인이 많은 병원 302호′ 시리즈 중 〈기억하는 사람〉이다. 기력이 쇠한 노인의 신체와 움직임이 작품에서 느리게 돌아가는 구동력, 삐걱거리는 소리와 동작, 기억을 더듬듯 깜빡이는 빛 등으로 구현되고 있다. 노화로 인해 신체적 기능이 더디어져 가지만 기억을 더듬으며 추억을 회상하는 등의 쇠퇴를 마주하는 노인들의 태도와 노화의 과정이 은유적인 형태와 움직임으로 작품에 녹아있다. 작가의 시선을 통해 형상화된 느린 시간과 늙은 신체의 면모들은 노인 환자에 대해서 뿐 아니라 한시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 대한 공감의 정서를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