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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환
아주 럭셔리하고 궁상맞은 불면증
배영환(1969-)은 1990년대 후반부터 회화, 조각, 설치 그리고 영상 등 다양한 표현 매체를 통해 한국 사회 특유의 문화적 감성과 사상을 발언해왔다. 그의 대표작 〈유행가〉(1997-2002), 〈바보들의 배〉(2006), 〈추상동사〉(2016), 〈새들의 나라〉(2016) 등 각 작업은 서로 이어지고 단절되며 그려낸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작가는 지난 수년간 현대 사회 속 개인의 삶과 죽음, 우울과 치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시각화하며 미술을 통한 사유의 가능성을 극대화해왔다. 그 외에도 〈도서관 프로젝트–내일〉(2009), 〈갓길 프로젝트〉(2007), 〈노숙자 수첩–거리에서〉(2000) 등 일상생활 속에서 상생하는 미술의 역할을 실현하는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이어왔다.
〈아주 럭셔리하고 궁상맞은 불면증〉(2008)은 샹들리에 형태의 작품으로 그 위에는 초록 유리 부엉이들이 앉아있다. 찬란하게 빛나는 샹들리에와 밤에 활동하는 부엉이는 잠을 잊은 듯한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징후 ‘불면’을 은유한다. 불야성 도시에서 뿜어지는 빛들은 멀리서 보면 화려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 개인의 사정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저택 거실에 걸려있을 법한 럭셔리한 이 샹들리에는 깨진 유리 조각으로 만들어졌다. 밤의 부산물과도 같은 버려진 술병들의 파편들과 LED 전구로 구성된 작품은 ‘럭셔리’와 ‘궁상맞음’이라는 상충하는 의미가 포개지며 한국 사회의 사회심리학적 단층을 드러내고, 최선을 다해 살면서도 여전히 불안과 걱정으로 잠 못 드는 불면증 사회를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