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김신일
보이지 않는 걸작
김신일(1971-)은 국내에서 조소과를 졸업한 후, 전통적인 장르를 넘어 입체와 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고자 미국에서 컴퓨터 아트를 공부했으며,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해 왔다. 미국에서 현대미술을 불교적, 동양적 관점으로 더 고찰하게 된 작가는 화려한 기교와 색채로 채운 작품보다는 비움이 드러나는 미디어 작업을 선보여 왔다. 작가는 두꺼운 종이 위에 잉크가 나오지 않는 펜으로 눌러 그린 압인(壓印) 드로잉으로 알려진 이후, 현실과 예술의 괴리를 좁히는 작업을 위해 우리 주변의 이미지를 반영하거나, 문자를 시각적 언어이자 드로잉으로서 작품의 소재로 삼으며, 비움을 뜻하는 ‘공(空)’과 치우치지 않음을 뜻하는 ‘중용(中庸)’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유학 후 귀국하여 개최한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보이지 않는 걸작〉(2004)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걸작’을 관람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로 찍은 후 압인 드로잉 708장을 이어 완성한 애니메이션 작업이다. 이 과정에는 평면과 조각, 영상이라는 다양한 미디어의 요소가 종합적으로 개입된다. 색채가 화면을 채워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빈 종이에 눌려 새겨진 선이 빛과 그림자의 명암에 의해 드러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과정, 즉 가시성과 비가시성을 넘나드는 그림자가 만들어낸 ‘선’은 작은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작품에 등장하는 관람객들이 바라보는 것으로 상정된 ‘걸작‘은 영상에서 지워져 있어 마치 그들이 텅 빈 벽을 뚫어져라 바라보거나 벽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과도 같아 보이며, ’명작‘이라는 것에 공허함을 느끼게 한다. 실제 이 작품을 마주하는 관람객들은 화면 속에서 자신들처럼 무언가를 관람하는 작품 속 관람객을 바라보게 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보이지 않는다고 그곳에 없는 것이 아니고, 있다고 해도 보이는 것이 아닌 관계의 문제를 말하며 이를 시각화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