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배종헌
기후의 원천_콜로세움
배종헌은 일상에서 겪은 사적인 경험을 다양한 시각을 통해 동시대 주요 이슈와 결합시켜 사회적 맥락으로 확장시키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바탕으로 글을 쓰고, 드로잉을 하면서 작업을 구상하는 작가는 생물학, 고고학, 사회학과 같은 학문의 연구 방법론을 차용한 분석적 방식을 통해 하나의 단편적 사건을 사회적 현상으로 치환시킨다. 배종헌의 미술 방법론은 〈청계천변 멸종위기 희귀생물 도감〉(2003)에서 잘 드러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청계고가로 주변을 관찰하면서 발견한 쓰레기를 채집하고 가짜 학명을 붙여 기록하고 분석하는 등 생물학적 분석을 시도하였다. 최근에는 콘크리트 벽면의 균열을 전통 산수화로 변모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기후의 원천_콜로세움〉은 2010년 발표한 ‘기후 프로젝트’의 작품 중 하나로,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로 인해 재난적 상황에 직면한 동시대의 전지구적 이슈를 탐구한다. 고대 로마시대의 콜로세움이 연상되도록 쌓아올린 319개의 나무상자 안에는 ‘자연’, ‘친환경’, ‘유기농’, ‘그린’ 등의 단어가 들어간 생활 제품들이 들어있다. 디지털 액자에는 마스크, 모자, 팔토시 등 다양한 햇빛 차단 제품을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과, 작가의 주변에서 나타나는 이상 기후의 징후들을 촬영한 영상이 함께 재생된다. 작품 속 여러 제품들은 지구 환경 보호, 또는 자연친화적 텍스트와 이미지를 사용하여 경쟁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쓰고 버리는 사물들이 결국은 이상 기후를 유발하는 결정적 원인이며, 이미 재난적 상황이 임박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