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정정엽
최초의 만찬 2
여성으로 사는 삶을 예술의 화두로 삼아온 정정엽(1962–)은 ‘삶의 미술’을 기치로 1980년대부터 회화, 설치, 퍼포먼스 등을 넘나들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장해 왔다. 1980–1990년대 민중미술의 활동가 그룹인 두렁, 갯꽃 등의 현장 미술 활동과 여성미술연구회 및 입김 등의 그룹 활동을 통해 여성성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 활동과 예술적 실천을 병행해 왔다. 그는 노동 현장을 지원하는 참여미술, 행동주의 퍼포먼스, 살림과 신명의 미학을 담은 회화 작품을 보여주었다. 또한, 〈집사람〉 연작, 〈얼굴 풍경〉 연작과 〈최초의 만찬〉(2019) 등에서 동시대 여성들의 삶과 인물에 대한 탐색을 보여주었다. 작가는 1998년 금호미술관 《봇물》에서 처음으로 붉은 팥과 곡식 작업을 선보였으며 2006년 아르코미술관, 2016년 갤러리스케이프, 2021년 서울식물원 등의 개인전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동물과 식물에 관한 관심과 위기의식을 보여주었다. 정정엽은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였으며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2018년 고암미술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2008년 《칠레국제퍼포먼스비엔날레》, 2016년 서울시립미술관,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최초의 만찬 2〉(2019)는 작가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다양한 여성들을 식탁에 초대하는 장면을 그린 〈최초의 만찬〉 연작 중 하나이다. 작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최후의 만찬〉(c. 1495-1498)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원근법이 적용된 실내 공간과 아치 사이로 멀리 보이는 전원 풍경, 예수와 열두 명의 제자가 식탁 앞에 일렬로 앉은 구도와 구성 등 〈최후의 만찬〉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작가는 “공식 석상이지만 평등하고 다양한 만찬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여성들은 스승 없이 자기 삶을 일궈왔고, 평범한 여성들도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최초의 만찬 2〉에는 중심이 되는 인물 없이 가로로 긴 식탁 앞에 열두 명의 여성이 나란히 앉아 있다. 한국과 일본 미투 운동의 시작이 된 서지현 검사와 이토 시오리가 포옹하고, 한복을 입고 관람객을 응시하는 나혜석과 평화의 소녀상, 고릴라 가면을 쓴 게릴라 걸즈, 김혜순 시인, 작가가 태국에서 만난 식당 주인인 트렌스젠더 여성과 후배 작가들이 함께 자리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영역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고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의 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