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소장품
임민욱
포터블 키퍼
임민욱(1968-)은 세대 간 갈등과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단절과 소외감을 사회적 맥락에 투영해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의 매체로 표현한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을 시작으로 전개된 농촌의 급속한 근대화와 한국의 압축적인 성장에 대하여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작가는 한국 근현대사의 성공 신화 이면에 뒤따른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상실감과 상처를 작업의 주된 소재로 삼는다. 작업은 어려서부터 목격한 도시개발의 이미지와 다문화적인 개인사 등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 1980년대에 작가는 학업을 중단하고 파리로 이주하여 그곳 작가들과 예술가 집단 ‘제네럴 지니어스(General Genius)’를 결성했다. 이 시기에 시도한 디자인, 공공예술, 아카이브 등 여러 장르의 공동실험들이 이후 사회적 현실과 일상을 교차해 급진적이고 도전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작업의 바탕이 된다.
〈포터블 키퍼〉는 2009년부터 진행한 프로젝트로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한 영상 작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버려진 선풍기 날개와 새의 깃털, 필기도구, 인조 모피를 세로로 길게 연결해 작가가 명명한 토템과도 같은 ‘꼬리와 뿔’을 어깨에 메고 재래시장과 공사장의 폐허를 홀로 배회하는 모습은 잊힌 시공간을 지키고 복원하고자 의식을 치르는 현대판 샤먼과 같다. 파괴에 맞서는 저항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상실감, 포기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이질적 조합의 오브제 속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