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7월 안창홍

안창홍
위험한 놀이
안창홍(1953-)은 근현대사의 역사적 비극과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인간의 고독, 소외, 불안, 공포로 풀어낸다. 그의 작품에는 주로 인물이 등장하는데, 부랑자, 동성애자, 권력자 등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시와 거대사의 변두리에 위치하는 다양한 개인들이다. 작가는 1980년대 ‘현실과 발언’의 활동에 참여했을 만큼 사회비판적 의식을 표현하는 작업을 해 왔다. 그의 작업은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한 인간 개개인의 삶을 응시하여 인간의 근원적인 비극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주목받는다.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가족사진〉(1972-1982) 연작에서 가면을 쓴 초상과 검게 뚫린 인물의 텅 빈 눈은 미지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단란하고 평화로운 이상적 가족상에 배치되는 이미지는 현대사회의 가족해체와 극단적이고 공허한 인간관계를 암시한다. 작가가 사진관에서 수집한 증명사진 49장을 이용해 그려낸 〈49인의 명상〉(2004) 역시 익명의 개인들을 모두 눈을 감은 모습으로 표현함으로써 거대한 정치사의 주변부에 존재하는 침묵의 삶들을 응시하고 소외된 인간의 초상을 담아내고 있다.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암울한 현실과 시대적 고통을 담아온 작가의 주제는 〈위험한 놀이〉(1984) 연작에도 이어진다. 작가가 아들의 전쟁놀이에 쓰인 가면에 착안하여 작업한 이 작품은 전쟁을 주제로 하나같이 가면을 쓴 인물들을 보여준다. 가면을 쓰고 있는 아이들은 1980년대 당시 대중매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전쟁과 영웅상을 체화한 모습이다. 창을 든 채 시체처럼 뒹구는 인형들 위를 날카롭고 위태롭게 밟고 있는 인물들은 황량한 풍경을 자아낸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에게 기대되는 순수함이 라고는 찾기 어려운 호전적이고 음산한 행위들은 작품의 제목처럼 위험한 놀이이다. 무표정한 가면을 쓰고 공허한 눈을 한 초상들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권모술수와 비인간적인 무한경쟁 앞에 서 무기력하고 위태로운 인간상과 도시인들의 상흔을 발견하게 된다.
1984
종이에 색연필
76×10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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