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7월 양주혜

양주혜
우연의 문
‘색점’과 ‘바코드’의 작가로 유명한 양주혜(1955-)는 평면과 설치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며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20여 년 동안 색점을 그리며 색점 작업으로 널리 알려졌고, 2000년대 이후 바코드 작업을 시작하면서 주목받았다. 프랑스 유학시절 의사소통이 어려워 알파벳에 임의로 24가지의 색깔을 부여해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 30여년 넘게 계속하고 있는 색점 작업의 출발이다. 읽을 수 있는 기호로 시작한 색점이었지만 작가 특유의 쓰기-지우기-쓰기 작업으로 인해 해독(解讀) 보다는 쓰고 지우고 다시 쓰는 과정의 시간을 기록하는 제작방식에 더 의미가 있다. 바코드 작업은 상품에 붙어있는 바코드가 빛을 통해 읽혀지는 것에 주목하여 빛의 흔적이 물건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여기며 바코드를 빛과 소리로 전환하고자 시도한 작업이다. 양주혜는 평소 생활 속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 쿠션, 카페트, 이불처럼 집안의 생활소품을 비롯해 건물, 기차, 놀이공간의 울타리, 신축공사장의 가림막까지도 작업의 소재로 삼는다. 국내 설치미술 1세대인 작가는 주한 프랑스문화원, 광화문, 문화관광부 청사, 프랑스 생나제르시 광장, 옥수역 교각, 아르코미술관 등에 무지개빛 색점과 바코드를 이용한 다양한 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바닷가 백사장, 버스, 기차, 전철에 이르기까지 일상과 시간의 지배를 받는 모든 공간은 양주혜의 캔버스나 다름이 없다.
〈우연의 문〉(2010)은 경기도미술관이 있는 화랑유원지의 제2주차장 진입로에 설치되어있는 2m 차량 진입제한 장치와 바닥부분을 바코드로 작업한 설치작품으로, 작가가 오래 전부터 메모지에 적어 가지고 다니던 시구절을 작품 속에 담았다.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견디기 힘든 긴장감과 무력감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작가가 읊어온 시구절은 이 문을 통과하는 사람들이 어떤 선택의 순간에 놓이게 될 때 위안을 주고자 하는 작가의 진심이 담겨있다.
2010
혼합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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