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7월 양혜규

양혜규
건축적인 신중(愼重)함을 애도하며
양혜규(1971-)는 다양한 개인, 사회 및 역사의 결이 응축된 추상적 방법론으로 미술의 가능성을 확장시킨다. 중첩된 자전적 기억, 또는 자전적 시선에서 조망한 역사, 문화, 정치는 주로 인물을 매개로 서사를 이룬다. 조각과 설치를 중심으로 하지만 특정 경향이나 사조로 양혜규를 규정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주제 의식은 주관적이지만 철학적이고도 개념적인 사유로 소화되어 사진, 입체,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해석된다.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블라인드 방〉(2006)에서 파리 퐁피두센터의 중앙 홀인 ‘포럼’에 전시되었던 〈좀처럼 가시지 않는 누스〉(2016)에 이르기까지, 양혜규의 ‘블라인드’ 설치작은 작가 특유의 추상 언어의 대표적 방법론으로 알려져 있다. 투명성과 반투명성의 양가적 특성을 가진 블라인드를 소재로, 개방과 폐쇄, 안과 밖 사이의 긴장감을 드러내며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다.
〈건축적인 신중(愼重)함을 애도하며〉(2009)는 의류 행거를 털실, 술 장식, 끈, 플라스틱 깔때기, 금속 격자 등 작가가 직관적으로 수집한 다양한 재화로 장식한 광원 조각이다. 개인전 《사동 30번지》(2006) 이후 시작한 광원 조각 연작은 전선과 전구, 그리고 각종 사물을 등신대의 빨래 건조대나 의류 행거에 배열하여 서사를 구성한다. 대부분 가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걸치고 매단 사물은 인간 군상을 형상화하거나, 특정 주제나 가치를 표현하기도 한다. 시각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광원 조각에서 작가의 주요 관심은 전기라는 에너지원의 흐름이다. 작가는 우리가 서사를 투영하는 모든 시각적 사물이 어쩌면 위장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광원 조각에서는 보통 다수의 행거가 하나의 작품군을 이루며, 전기라는 비가시적 에너지가 이들 모두를 관통한다. 여기에서도 작가가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개체와 공동체의 관계성이 뚜렷이 강조된다.
2009
의류 행거, 바퀴, 전구, 전선, 케이블타이, 단자판,
나일론사, 천, 털실, 술 장식, 끈, 양말, 금속 격자,
금속 고리, 금속 사슬, 금속 걸이, 플라스틱 깔때기,
스테인리스강 접이식 찜기
높이 185cm

경기문화재단이 보유한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작품 사진의 경우 작품저작권자의 권리에 의해 보호를 받기 때문에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니 문의 후 이용 바랍니다.
다른 소장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