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7월 김신일

김신일
보이지 않는 걸작
김신일(1971-)은 국내에서 조소과를 졸업한 후, 전통적인 장르를 넘어 입체와 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확장시키고자 미국에서 컴퓨터 아트를 공부하고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서 오히려 현대미술을 불교적, 동양적 관점에서 더 고찰하게 된 작가는 화려한 기교와 색채로 채운 작품보다는 비움이 드러나는 미디어 작업을 선보여 왔다. 또한 작가는 마샬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 1911-1980)의 용어를 빌려, 작품이라는 것이 수많은 정보와 감각적인 텍스트로 넘쳐나는 핫 미디어(hot media)보다 상상의 개입으로 완성되는 쿨 미디어(cool media)의 개념에 가깝다고 보고, 작품에 수식을 최대한 배제한 형상 또는 움직임을 구현하고 있다. 작가는 압인(壓印) 드로잉으로 알려진 이후에 보다 현실과의 괴리를 좁히는 작업을 위해 우리 주변의 이미지를 반영하거나, 문자를 시각적 언어이자 드로잉으로서 작품의 소재로 삼기도 하면서,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의 행위에 바탕이 되는 마음이라는 화두에 천착하는 작업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보이지 않는 걸작〉(2004)은 작가가 유학 후 귀국하여 개최한 첫 개인전에서 두꺼운 종이 위에 잉크가 나오지 않는 펜으로 눌러 그린 압인 드로잉 708장을 일련의 프레임으로 이용해 애니메이션 작업으로 선보인 것이다. 작가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서성이며 걸작을 관람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후 압인 드로잉과 동화 작업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이 과정에는 평면과 조각, 영상이라는 다양한 미디어의 요소가 종합적으로 개입된다. 볼펜의 잉크나 색채가 화면을 채워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빈 종이에 새겨진 선이 빛과 그림자의 명암에 의해 드러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과정, 즉 가시성과 비가시성을 넘나드는 선의 존재 방식을 통해 형태와 움직임이 생성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관람객들이 바라보는 것으로 상정된 작품은 영상에서 지워져있어 마치 그들이 텅 빈 벽을 뚫어져라 바라보거나 벽 앞에서 감상을 나누는 모습과도 같이 보이며, 명작이라는 것에 공허함을 느끼게 한다. 실제 관람객들은 화면 속에서 자신들처럼 무언가를 관람하는 관람객을 바라보게 된다. 작가는 공(空)과 관계의 개념,
있고 없음의 중간이라는 것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질문을 하면서 이를 시각화하고자 했다.
2004
3채널비디오 설치
32초, 42초, 1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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