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7월 류인

류인
동방의 공기
류인(1956-1999)은 추상 작업이 지배적이었던 1980년대, 인체를 정밀하고 힘있게 묘사한 구상 조각으로 한국 조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작가는 재현을 위한 인체 조각이 아닌 인체를 매개로 그가 인식한 세계와 주제를 발언하고자 했다. 그가 남긴 드로잉과 조각에는 인체의 움직임과 힘이 역동적으로 드러난다. 질감과 양감 그리고 재료의 물성을 탐구하며 인체의 사실적인 묘사를 중시한 작가는 흙을 붙여가며 형상을 드러내고 청동으로 주조하는 전통적인 조각의 제작 방식을 따르지만, 작품에서 드러나는 극적인 요소와 이로 인한 인체의 왜곡은 작가만의 독창적인 조각 언어이다. 43세로 짧은 생을 마친 그는 한국 근현대 조각사에서 김복진(1901-1940), 권진규(1922-1973)의 맥을 이으며 형상 조각을 계승하고, 근대에서 현대로의 문을 연 조각가로 평가된다.
〈동방의 공기〉(1992)는 팽팽하게 긴장된 근육으로 활처럼 버티고 선 실물 크기의 전신 인체상이다. 작가의 작품에서 가장 큰 특징은 강한 에너지와 남성의 신체이다. 이 남성형의 조각은 작가의 신체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회적 구속을 상징하는 한계적 상황에 직면한 신체 조각은 육체적 실존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다. 억압과 구속을 부수고 탈출을 꿈꾸는 인간의 모습은 생의 강렬한 힘과 더불어 고독의 정서를 내포하며 변형된 인체와 연극적인 공간 연출은 이를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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