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7월 김을

김을
Beyond the Painting 15-13
김을(1954-)은 금속 공예를 전공한 후 뒤늦게 회화 작업에 착수하며 작업 초기인 1990년대에 〈자화상(自畵像)〉과 가족사를 다룬 〈혈류도(血流圖)〉라는 연작을 선보였다. 자아에 대한 깊은 탐구와 자아의 뿌리인 가족사로 거슬러 간 주제에 집요하게 천착해왔던 작가는 주제와 작업의 변화를 꾀하고자 하였고, 1998년 작업실 화재로 400여점의 작품을 소실했던 사건은 작가가 그림을 더 자유롭고 진솔한 방식의 드로잉 작업에 몰두하게 하는 데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작가는 2000년경 이후부터 매년 거의 1,000점 이상에 달하는 드로잉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으며, 격변의 근현대를 살아온 자신의 삶에 담긴 넓은 스펙트럼의 주제와 순간순간들의 생생한 사유를 솔직한 태도로 드로잉 해왔다. 초기의 〈자화상〉과 〈혈류도〉, 그리고 집요한 에너지로 펼쳐낸 드로잉 작업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작업세계에는 자아에서 출발하여 가족, 사회와 외부세계에 닿는 관심과 지속적인 성찰이 광범위한 형식으로 담겨있다.
〈Beyond the Painting 15-13〉(2015)은 2012년부터 시작된 〈Beyond the Painting〉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이 시리즈는 회화에 대한 작가의 회의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그림에 삶의 진실이 그대로 담기기보다는, 정치적 이유나 미적 효과 등의 부수적 요소들로 인해 내면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바가 변질되어 회화의 표면에 새겨지게 되는 작업 과정에 대해 비판하고 반성하는 태도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화면에서 창 너머 보이는 검은 공간은 침묵과 상상의 공간으로서 관람자의 적극적 상상을 개입시키는 공간인 셈이다. 관람객들이 회화라는 창을 지각하고, 회화의 표면에 미처 담기지 못한 그림의 이면을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작가의 회화적 실험이 담겨있다.
2015
혼합재료
103×83×1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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