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7월 권용주

권용주
만능벽
권용주(1977-)는 주변에서 마주칠만한 요소들, 즉 도시에 산재하는 폐품들이나 일상과 노동, 생존에 관한 것들을 작업의 소재로 삼는다. 〈부표〉(2010)나 〈폭포〉(2011)와 같이 아슬아슬하게 물건을 쌓아놓거나, 집적된 폐품 위로 물을 떨어뜨린 설치작품, 또는 시멘트나 빗자루 등에 풍란을 키운 〈석부작〉(2016) 등에서 상품적이거나 기능적인 가치를 잃은 쓰레기나 물품들이 작가의 미적 언어를 통해 생명의 에너지를 얻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작품들은 마치 작업의 과정과도 같아 보이거나 유사 자연물의 형태와 같은 조형성으로 독특한 정서를 자아낸다. 이처럼 작가는 예술을 일상과 구분된 위계가 아니라 병치 또는 접합시킴으로써 일반적 통념상의 미적 경계를 넘나들고, 일상에 스며든 사회, 경제적 구조를 드러내 보인다. 그의 작업 안에서 예술과 노동도 이러한 점에서 순환적인 구조로 다루어진다. 작가의 어머니가 일했던 태국 방직 공장에서의 작업에 관한 이야기인 〈연경〉(2014)은 변화하는 산업 구조와 경제적 구조 속에서 개인의 노동과 삶의 리듬을 다룬 작업으로 그 일례가 될 수 있다.
〈만능벽〉(2014)에서 작가는 예술가로서의 삶과 생활을 위한 노동을 병치시킨다. 이 작품은 예술가가 생존을 위해 부업으로 전시 공간의 디자인 및 제작에 관한 노동을 하는 것에 관해 다룬 영상이다. 작가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이 작품은 부업 노동의 현장으로서 전시장 연출 공사의 현장과 이에 대해 예술가로서 솔직하고 담담한 어조로 풀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본래 예술가, 즉 미술생산자이지만 생계와 예술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 부업으로 전시의 보조 일을 하고 있는 작가는 서로 상충되는 두 정체성 사이의 간극에서, 그리고 무언가를 창작한다는 점에서 공통되기도 한 두 업(業)의 사이에서 느끼는 묘한 느낌을 전한다. 한 예술가가 작업을 이어나가기 위한 방편으로 미술계 내에서 특정한 경제적, 기능적 활동을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또 다시 작가의 작업으로 생산되는 지점은 노동과 창작활동의 경계를 더 모호하게 읽히게 한다. 근근이 이어나가기에도 벅찬 예술작업이 전시기술자로서 작가의 부업보다도 더 부업같이 느껴지기도 한다는 내용은 자본주의 사회의 예술생태계에서 예술가가 생존하기 위해 택하는 이중적 직업체계에 대해 숙고해보게 한다.
2014
싱글채널비디오, 컬러, 사운드
6분 20초

경기문화재단이 보유한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작품 사진의 경우 작품저작권자의 권리에 의해 보호를 받기 때문에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니 문의 후 이용 바랍니다.
다른 소장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