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7월 권기수

권기수
레이어
귀여운 인물 캐릭터인 ‘동구리’는 권기수(1972-)의 트레이드마크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권기수는 사람을 그리는 것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1998년 첫 개인전에서 먹으로 그린 인물 군상을 선보였다. 그 후 그의 인물 이미지는 점차 단순화되고 기호화되어 둥근 머리와 몇 가닥의 머리카락, 단순한 몸체로 구성된 지금의 기하학적인 동구리로 완성되었다. 동구리는 2000년대 초반에는 대부분 단독 인물상으로 등장하는데, 대학 시절 작업적,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작가의 모습을 투영해 속세에서 벗어나 평화롭고 유유자적한 현자나 도인과 같은 모습으로 동구리를 형상화여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표현하였다. 철저하게 동양적인 것, 한국적인 것에 천착한 작가는 여러 작품 속에서 동구리의 모습을 강희안(1417-1464)의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속 인물의 자세를 따라하거나 부패한 정치세력에 등을 돌린 채 죽림에 모여 살았던 죽림칠현(竹林七賢)으로 등장시킨다. 또한 그의 그림은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을 하는 서양화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으나 굳이 먹이나 묵법(墨法)을 쓰지 않더라도 내용적인 면에서 충분히 동양적 정서와 철학을 담고 있다.
〈레이어〉(2009)는 사군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화려한 색감의 배경에 일곱 명의 동구리가 유유자적 한가로이 노닐고 있는 작품이다. 사군자(梅蘭菊竹)를 단순화시켜 꽃은 매화로, 대나무는 여러 가지 색의 긴 막대모양으로 도식화 시켜 표현하였다. 동양화에서 은자(隱者)의 공간을 상징하는 대나무 숲 속에 일곱 명의 동구리는 각각 ‘매화초옥(梅花草屋)’이나 ‘고사관폭(高士觀瀑)’ 등을 화제(畵題)로 하는 동양화 속 은둔처사의 도상을 하고 있는 죽림칠현을 나타낸다. 권기수는 지속적으로 한국화의 여러 소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하고 재구성하여 무한한 변주를 시도하고 있다.
2009
렌티큘러
100×3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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