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7월 박영숙

박영숙
헤이리 여신 우마드
한국 1세대 페미니즘으로 활동한 박영숙(1941-)은 유엔(UN)이 정한 ‘여성의 해’인 1975년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의 단체전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진작업을 선보여 왔으며, 여성미술전시 《우리 봇물을 트자: 여성 해방 시와 그림의 만남》(1988)에 참여하고, 1992년 여성미술연구회에 가입함으로써 페미니스트 사진가로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왔다. 1998년에는 한국여성사진가협회를 발족하여 초대회장이 되었으며, 2006년 사진 전문 갤러리 ‘트렁크갤러리’를 개관하여 운영하고 있다. 작가의 대표작은 1999년부터 시작된 〈미친년 프로젝트〉 연작이다. 한국에서 ‘미친년’이란 정상적 범주를 벗어난 여성을 일컫는 폄하적 용어로, 작가는 이 단어에 전제된 가부장적 제도의 여성상과 젠더의 구조에 저항하는 작품을 통해 페미니스트로서의 진지한 사유를 체계화시켜나가고 있다.
〈미친년 프로젝트〉의 일환인 〈헤이리 여신 우마드〉(2004)에서 ‘우마드(WOMAD)’라는 용어는 삶의 터전을 정하지 않고 자유로운 이동을 하는 유목인(nomad)들의 속성과 시집살이로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여성들(women)의 삶의 속성이 동시에 담긴 용어이다. 이는 작가가 《여성신문》의 한 기사에서 21세기 다국적 경제 양상과 세계의 개념을 제시하는 코드로 소개되었던 것을 21세기 여신의 이름으로 차용한 것이다. 이 작품은 동쪽의 생성과 생산을 주관하는 ‘풍요의 여신’, 서쪽의 사랑과 욕망을 재현하는 ‘사랑의 여신’, 남쪽의 정의를 위해 모든 불의를 불태우려는 ‘분노의 여신’, 북쪽의 타자의 세계를 스스로 껴안은 ‘죽음의 여신’ 등 네 점의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미친년’이라고 규정되는 특성들을 긍정적 에너지로 치환함으로써, 세계의 이분법적 논리를 전복시키고 남성 중심의 신화를 재구성하며 억압과 규제의 역사들을 대체할 수 있는 여성의 힘을 제시한다.
2004
디지털 C 프린트
각 173×1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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